[CEO 칼럼] 시대의 숙명, 메타버스

  • 임성훈 대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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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10   |  발행일 2021-08-10 제23면   |  수정 2021-08-1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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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훈 대구은행장

1970~80년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것 중에 하나가 공상과학(SF·Science Fiction)을 주제로 한 소설과 영화였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가상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했던 SF는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열광하게 했고, 그들을 과학자의 길로 이끌었던 것 같다.

1940년대 이후 컴퓨터와 인터넷이 처음 등장한 이래, 과학기술은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전을 거듭해 왔고, AR 및 VR기술의 발전과 스마트폰의 등장은 결정적으로 가상세계에 대한 현실적 접근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 결과 과거엔 SF영화 속 가상세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일들이 이젠 현실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용어가 바로 메타버스(Metaverse)다.

메타버스란 가상, 초월을 의미하는 meta와 공간, 세계를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실재감(實在感) 있게 실현되는 가상 공간'을 지칭한다. 많은 연구자들은 메타버스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이미 친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SNS, 온라인게임,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 모두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잇는 메타버스라고 얘기를 한다.

어쩌면 이미 오래전부터 메타버스라는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는 셈인데, 최근에서야 메타버스가 핫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메타버스 관련 기술의 발전은 가상세계의 실현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었고,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잇는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수익이 창출되는 경제활동이 실제 이뤄짐에 따라 최근 새로운 투자처로서 메타버스에 대한 금융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 메타버스 시장은 빠른 속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통계 전문업체 스태티스타는 2021년 약 35조원으로 추정되는 시장규모가 2025년엔 3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의 성장은 대표적인 메타버스 기업인 로블록스 외에 아마존, 구글과 같은 플랫폼 기업, 콘텐츠 기업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글로벌 대기업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한 마케팅 활동을 확대하고, 가상세계에서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나감에 따라 가상세계가 주축이 되는 경제생태계 실현이 머지않아 보인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은 가상세계의 현실화를 한 세대 이상 앞당겼다. 비대면 사회의 등장, 언택트 경제의 도래, 사회적 환경의 제약하에 대리만족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가 메타버스의 확산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

또한 메타버스 안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MZ세대가 미래의 핵심 소비계층으로 인식됨에 따라, MZ세대가 가진 잠재적 소비욕구를 자극하기 위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메타버스 전략이 나타나고 있다. 머지않아 메타버스 경제 생태계가 현실 경제의 중심축이 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메타버스 시대의 우리 CEO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디지털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Digital Transformation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이에 대응하여 DGB대구은행은 전 직원이 메타버스 플랫폼에 참여하는 디지털 경험의 기회를 적극 부여하고 있다. 또한 가상세계에서 디지털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이에 부합하는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메타버스 경제 생태계는 기업이 반드시 적응해야만 하는 숙명이 되었다. 창조적인 사고로 메타버스에 도전하는 수많은 CEO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임성훈 <대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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