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이춘호기자의 카페로드] 핫플과 베이커리 카페(1)...핫플의 조건, 맛보다는 뷰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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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27   |  발행일 2021-08-27 제33면   |  수정 2021-08-27 08:27
하늘·바다·강·호수·산·논·밭 등 전망좋은 곳은 어김없이 카페 자리잡아…
야외 테이블위에 놓인 커피 한 잔과 빵, 현대인의 욕망 담은 聖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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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최강 뷰를 자랑하고 있는 청도군 매전면 운문산 해발 600m 고지에 자리한 베이커리 카페 '아미꼬뜨'. 그린벨트도 피하고 넓은 임도까지…, 어찌 이런 곳에 카페를 차릴 생각을 했을까, 주인 부부의 열정이 놀랍기만 하다. 알프스 산록에 여행을 온 듯 멍 때리는 손님들이 수북하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비경의 산중 카페다.

◆대한민국 식문화 랩소디

스카이 뷰, 오션 뷰, 리버 뷰, 레이크 뷰, 마운틴 뷰, 팜 뷰…. 다들 '뷰(VIEW)' 때문에 난리도 아니다. 현재 핫플 카페들이 그 뷰를 독점하고 있는 중이다. 산과 바다, 강, 호수, 벌판, 논과 밭, 과수원, 하늘 등 뭔가 한 방이 있다 싶으면 그걸 품고 카페를 짓는다. '카페 춘추전국시대'가 맹렬하게 들끓고 있다. 그로 인해 대한민국이 '카페 공화국'으로 팽창하고 있다. 이들 카페의 승부처도 뷰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시그니처 메뉴도 중요하지만 아무튼 SNS를 주름잡는 핫플 대형 카페들은 하나같이 양손에 커피와 빵(디저트와 브런치 포함)을 거머쥐고 있다. 다방, 커피숍, 레스토랑, 베이커리숍, 갤러리, 문화센터 등을 하나로 묶어 놓은 듯한 '베이커리 카페'(이하 베카) 시대가 절정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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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돌산읍 외딴 섬에 들어선 여수 예술랜드 리조트, 그 바닷가에 성채처럼 오픈한 대형 베이커리 카페 '라피끄', 포토존 천국의 계단은 입소문을 탔고, 올 화이트 톤 때문에 손님은 잠시 그리스 산토리니섬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최근 새로운 기획 시리즈인 '카페로드(CAFEROAD)' 현지 조사차 전국의 핫플 베카를 모니터링해봤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몇 곳이 있다. 도담삼봉과 고수동굴을 품은 충북 단양군 가곡면 사평리 두산마을 산 정상부 단양 패러글라이딩장 바로 옆에 2016년 문을 연 '카페 산(SANN)', 여수시 돌산읍 바닷가에 있는 예술랜드 리조트 내 '라피끄'와 바로 옆 리조트 '핀란드의 아침' 옆에 있는 '모이핀'(핀란드어로 '안녕 핀란드'란 의미),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리 '휴일로'와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쉬어갓(She a GOD)', 청도군 매전면 운문산 해발 600m 고지에 들어선 '아미꼬뜨', 달성군 최정산 정상부 '대새목장', 팔공산 '시크릿가든'과 '헤이마', 청도 유등연지 근처 '오브제토'와 '덕남', 2015년 동구 신천동에서 1호점을 내고 이후 수성못점, 아산점, 부산 기장점, 경산점, 서울 익선동점 등 전국에 10여 개의 가맹점을 낸 '우즈(WOO'Z)', 이밖에 25년 전 탈도심 갤러리 카페 시대를 연 가창댐 옆 '동제미술관 카페' 등이다.

카페산
충북 단양군 가곡면 단양패러글라이딩장 바로 옆에 2016년 오픈한 '카페 산'. 국내 첫 산정상에 세운 베이커리 카페로 불린다. 루프톱에 서면 일망무제, 해발 600m 고지 아래로 점핑하는 패러글라이더의 역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카페 산 제공〉


기자는 그동안 전국의 식문화를 향토사와 연계한 '푸드로드(FOODROAD)' 기획시리즈에 20여 년 집중했다. 일종의 '팔도 한식 기행'이랄까. 덕분에 대구의 맛과 멋, 대구음식견문록, 대구 빵 이야기, 경북의 산채를 찾아서, 국밥 등 몇 권의 푸드 관련 저작물을 펴낼 수 있었다. 수십 년 내공이 쌓인 유명 식객, 식문화 연구가들과 손을 잡고 한국음식문화를 연구하는 모임체도 만들었다. 제주도권의 양용진, 통영·남해권의 이상희, 호남권의 김준, 부산·경남권의 최원준, 음식 유래 연구가인 박정배와 김성윤 조선일보 음식전문기자도 가세했다.

그 기행을 하는 동안 나는 이 나라의 식문화가 얼마나 많이 변화 중인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세상의 욕망은 더 반듯하고 배려심 깊고 더 냉철해지고 있었다. 국가보다 국민이, 지자체보다 시민이 더 성숙해지고 있었다. '내가 누군지 알아'란 시대착오적 특권 의식도 점차 퇴출되고 있었다. 회장·총장·대장이라 해서 부하를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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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대구 도심에서 베이커리 카페 시대를 선도했던 '우즈'가 경산 시내 한 야산 솔숲을 품은 프리미엄 스페이스를 오픈했다. 우즈는 현재 기장점, 아산점, 서울 익선동점 등 10여개의 가맹점을 열었다.


살림은 여자의 몫이란 말도 옛말이다. 요리는 남녀 공유물. 한때 결혼한 여자를 지칭하던 '출가외인(出嫁外人·시집간 딸은 친정 사람이 아니고 남이나 마찬가지란 의미)'도 죽은 말이다. 반려견이 가축이 아니라 '가족'에 편승했다. 상속에 있어 장남에 대한 배려도 없다. 남녀 구분 없이 N분의 1이다.

여성은 더 이상 '어머니'가 아니다.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등극했다. 6~7년 전쯤 그 여전사를 향해 영혼의 쉼터 같은 '세컨드 하우스'가 다가선다. 바로 멋진 뷰를 품은 베카다. 그들에겐 또 다른 '성소(聖所)'다. 머슴처럼 졸졸 따라다니는 커피를 '경전' 대하듯 한다.

평일 오후 웬만한 핫플 베카는 여성들에 의해 독점된다. 쓰담 쓰담한 분위기, 가끔 남편과 영상통화도 하고 아이와 동행한 이들은 풀밭 테이블 위에 놓인 빵과 커피를 품고 앉아 소소한 얘기를 푼다. 커피 한 잔과 한 접시의 빵, 그게 그들의 '소우주'다. W2면에 계속

글·사진=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이춘호기자의 카페로드] 핫플과 베이커리 카페(2)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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