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이춘호기자의 카페로드] 핫플과 베이커리 카페(2)...이미지에 중독된 'SNS 문화', 핫플은 영원히 정복될 수 없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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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27   |  발행일 2021-08-27 제34면   |  수정 2021-08-2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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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금세기 최고의 망원·현미경이다. 자잘한 일상이 인스타그램·유튜브·페이스북 등을 통해 초 단위로 공유되며 댓글·구독·조회수가 새로운 여론을 선도하고 있다. 핫플레이스의 맛보다는 이미지에 중독, 그것은 하나의 문화다. 베이커리 카페가 그 욕망을 증식해 나가고 있다.

아이들이 늘 문제였는데 이젠 걱정 안 해도 된다. 수천 평 크기의 전원 베카로 가면 아이들 잠시 방목시켜 놓고 동행한 지인들과 '수다 타임'을 편하게 만끽할 수 있다. 유럽에서나 가능했던 야외에서의 행복한 시간이 대한민국에서도 가능해진 것이다. 전국 237개 시·군·구, 거기에 족히 10여개씩 멋진 베카가 있을 것 같다. 그 수가 3천 개에 육박한다. 이제 베카 세태의 이면 속으로 들어가 보자.

슬픈 풍속도인지는 몰라도 가장이 아버지였던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반세기 전만 해도 엄존했던 '아버지 밥 한 그릇'이란 문화도 '구습'으로 폐기처분됐다. 식사 때 메뉴 선택권도 아버지에게 없다. '친구 같은 가부장 시대'가 개막된 탓이다. 대신 요즘 아버지는 고교 동창회에 부쩍 목숨을 걸고 등산 아니면 걷기, 자전거 타는 데 공을 들인다.


대신 '엄마의 밥상'은 더욱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다. '가사(家事)'란 말도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집밥보다 더 진지한 착한 식당, 그게 도처에 널렸다. 굳이 집에서 식재료 낭비하고 생고생해가며 요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량의 식재료, 그리고 레시피까지 첨부돼 제시간에 배송되는 밀키트. 그것 때문에 굳이 요리학원에 다닐 필요도 없다. 그래서 그런지 아파트 공간에서 차지하는 부엌 면적은 점점 줄고 있다. 대신 커피 마시고 와인 파티하기 좋은 '바텐룸'이 인기다.

덩달아 아침 식사도 사라지고 있다. 밥 문화가 빵 문화로 대체되는 것 같다. 아침과 점심을 겸한 브런치(BRUNCH) 카페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쯤이다. 그 무렵부터 빅 브랜드가 독식했던 대로(大路) 상권도 거리와 골목 상권한테 조금씩 밀리기 시작한다. 대신 홍대 앞, 가로수길, 경리단길, 송리단길, 황리단길, 봉리단길, 기장 바닷길 등과 같은 이면 핫플 상권이 새로운 강자로 등장 중이다. 죽었던 공간이 해바라기처럼 웃기 시작한다. 조선소, 철공소, 목욕탕, 정미소, 막걸리 공장, 섬유공장, 농협 창고, 제주도 감귤창고…. 이들 공간에 청년장사꾼이 입주하고 있다. 빛나는 틈새로 테마 베카도 동반 성장하고 있다.

세상의 새로운 규칙
댓글·구독·조회수가 여론 선도
핫플 상권, 대로 상권 뛰어넘어
핫플에 목매지만 충성하진 않아
대기업 회장님도 SNS 마케팅


◆스마트폰과 베카

그게 가능한 건 2007~2008년 출시되기 시작한 스마트폰 때문인 것 같다. 이놈은 '천하무적'. 현대판 영웅이자 슈퍼스타. 미국과 중국의 최강 권력도 조만간 넘어설 것이다. 다국적기업 CEO, 세계 각국 정상들도 그들 앞에선 한없이 약해진다. 그걸 활용하고 역이용해서 롱런하려 한다. 몸값 10조원, 올해 상반기 연봉 19여억 원, 그런 신세계 부회장 정용진도 세상의 권력이 스마트폰(이하 폰)에서 나온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굳이 체면 구기는 걸 자청하면서까지 사진을 난사한다. 마트에서 카트를 끄는 장면, 요리하거나 자식의 근황도 공유한다. 며칠 전엔 '방탄소년단 아미(팬)가 되어 보련다'고 고백했다. 바로 요즘 잘나가는 회장님들의 에지 가득한 신개념 마케팅 전략이다.

폰은 무소불능의 영역이다. 조물주를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폰이 바로 '갓(GOD)'이다. 지구 반대편 외국인의 일상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앱을 클릭하면 지구 정지 궤도(지상 3만6천㎞)에서 지구의 현재 모습도 볼 수 있다. 폰은 금세기 최고의 망원·현미경이다. 그 폰 때문에 시골과 도시의 욕구 구분도 사라진다. 폰에서 멀어지면 거기가 시골(?) 아닌가. 그래서 그런지 국가·민족 간 문화 차이도 조금씩 깎여나간다.

지금 모두가 폰을 들고 있다. 수십 억명이 하나의 몸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얼마나 혁명적 상황인가. 세상의 돈과 권력이 온라인에서 창조된다는 것. 그걸 알아버린 차세대 비즈니스 천재들. 그들이 세계적 부호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아마존의 베 조스, 알리바바의 마윈, 카카오 왕국의 김범수, 배달의 민족을 만든 김봉진….

자잘한 일상이 폰을 통해 초 단위로 공유된다. 이 난감한 흐름을 기존 일간지 정보망이 제대로 포착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신문 기사보다 더 막강해진 댓글·구독·조회수가 새로운 여론을 선도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식당을 넘어서고 있다. 내가 카페문화를 주시하는 이유도 폰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카페는 새로운 대륙이다. 중세·근대·현대를 넘어선 영역이다. 그것에 필요한 욕망을 베카가 증식해나가고 있다.

욕망 간파한 카페지앵
아침식사보다 브런치에 커피
호텔 레스토랑도 카페에 밀려
철공소·목욕탕·정미소·창고…
죽은 공간을 베이커리 카페로

◆이젠 카페 권하는 사회

한때는 '성공 권하는 사회'였지만 감이 좋은 사람들은 '성공의 덫'을 눈치챈 것 같다. 될 수 있는 일과 될 수 없는 일의 한계를 간파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에 집중하자' '욜로 마인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란 일과 쉼의 황금분할 등을 성찰하기 시작한 것 같다. 물론 아직 '방콕'으로 몰리는 청년백수, 생계의 절벽으로 내몰린 배달족도 있지만 그들도 그들만의 일상을 즐기는 방법을 곧 강구할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세계 팝 시장의 왕자로 부상하고 국악계의 다크호스인 이날치 밴드가 세계적 뮤지션 콜드플레이의 앨범 작업에 피처링을 했다. 엄청난 사건이다. 우린 경제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문화적으로도 선진국으로도 진입 중이다.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최정예 폰족들이 '브라보 마이 코리아'를 연호하고 있다.

지난 세기 한강의 기적. 그 과정에 '묻지 마 학살'이 관계자들에 의해 자행되었다. 전화 한 통이면 모든 민원이 해결되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세상, 가히 권세가들의 세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끼리끼리 해 먹는 게 점점 어려지는 세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30대 야당 대표가 태어났다. 찌질하게 살기 싫어 자연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 자연인, 그리고 육지 생활을 미련 없이 정리하고 제주도로 내려가 '소낭' 같은 게스트하우스를 차린 미래파 인생들이 전국 뷰 포인트를 특화시켜 주고 있다. 이게 폰으로 실시간 중계되고 있다. 그 매개체도 단연 베카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블로그, 트위터, 카카오…. 이 영토는 기존 오프라인 아날로그 종족이 잉태했던 삶의 문화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남의 체면을 존중하지만 결코 자기 의견, 그리고 자신의 자존감은 철저하게 지키려 한다. 그리고 예전 밥상머리 앞에서 형성시켰던 가족문화를 카페 테라스로 옮겨 놓는다.

기자는 그동안 푸드 로드를 통해 제주도와 울릉도를 포함한 동·서·남해 주요 도시를 돌면서 대를 잇는 장수식당, 별미식당, 식재료 연구가, 식객, 제철 식재료 1번지 등을 추적했다. 이 흐름은 탤런트 최불암을 '국민식객'으로 만든 KBS1 푸드인문학 프로그램이랄 수 있는 '한국인의 밥상'과 궤를 같이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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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자연의 한 풍경, 그걸 캔버스로 걸어놓은 듯한 통유리창 앞에 커피를 들고 서면 한없이 바쁘기만 한 일상도 잠시 평화롭게 내려앉는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핫플 카페는 너도나도 대형 통유리창을 경쟁적으로 달고 있다. 동굴 같은 카페 실내에서 바라 보는 자연 풍광은 그냥 보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빼어난 시각적 효과를 드러낸다.


◆맛집 신드롬 급랭

이제 고만고만한 일반 식당의 진기는 거의 소진됐다. 맛있는 식당 정보가 점점 영양가를 잃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이 코로나19가 발악하기 시작했고 그 여세와 함께 되레 '국민 수다방·국민사랑방'으로 등극한 베카 신드롬과 무관하지 않다. 우중충하고 칙칙한 포스의 예전 식당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베카 스타일과 공유되려 한다. 김밥집도 '김밥카페'라 해야 더 어필되고 한식당도 '한식카페'라 해야 더 주목받는다. 커피는 커피숍보다 카페에서 먹어야 제격이란다. 일반 식당도 커피를 후식으로 내고 있다. 편의점에 가도 1천~2천원대 가성비 좋은 커피를 살 수 있다. 커피는 '국민의 숭늉'으로 사랑받는 중이다. 그 옆으로 다가선 빵은 밥을 압도한다. 호텔 레스토랑도 베카한테 밀려났다.

전국의 족보 있는 유명 식당도 카페 스타일로 디자인되고 있다. 대를 이은 2·3세들에 의해 레시피는 더욱 현대화되고 그 과정에 레시피조차 대폭 수정된다. 야수떼처럼 발호(?)하는 숱한 먹방·쿡방의 난립, 스스로 권위를 잃고 말았다. '자중지란'이랄 수 있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취재를 위해 전화를 걸어 먼저 신분을 밝혀도 그들은 시큰둥하게 반응한다. 광고영업사원인 줄 알고 단번에 '우린 그런 것 안 한다'면서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어버린다. 식당 취재가 하나의 '민폐'로 간주 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겨우 권위를 가진 프로그램이 있다면 KBS의 '전국은 지금'과 '생생 정보통', SBS '생활의 달인' 정도.

푸드로드 이후 후속 시리즈물을 고민했다. 그렇게 해서 '오너 셰프를 찾아서'란 코너를 꾸렸고 이번 여름에 생각해 낸 게 바로 '카페로드(CAFEROAD)'이다. 올해 5회를 맞고 있는 영남일보 주최 커피 & 베이커리 축제 활성화를 위한 일환이기도 하다.

◆카페지앵의 등장

디지털 세상, 새로운 '식문화 탐험가'가 등장했다. 바로 베카를 사수하는 '카페지앵(카페 주인)'이다. 그들은 새로운 세상의 욕망을 사업으로 연결하려 한다. 식당이 지고 카페가 대세라는 걸 눈치챈 것이다. 카페가 식당을 통폐합하고 있다. 물론 잘나가는 베카지만 경쟁이 워낙 치열해 어디 가나 비슷한 천편일률의 매대 위 빵만으로 승산이 없다는 것도 잘 안다. 베카는 점차 빵과 밥을 합친 브런치 전문 베카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그런 곳 중 하나가 서울 잠실권과 맞물린 송리단길 핫플 베카로 등극한 '라라브레드 송파점'. 베카의 상투적 흐름에 매몰된 지역 업주라면 그 영업전략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거기는 빵이 주가 아니다. 요기가 될 만한 브런치를 메인 메뉴로 주문하게 만들고 그것과 연결해 매대에 진열된 빵과 디저트를 부 메뉴로 선택하게 만든다.

폰족의 성향을 간파해야 된다. 이들은 절대 한 가게에 충성하지 않는다. 조금 슬픈 사실이지만 그들은 자기에게조차 충성할 줄 모른다. 오히려 빅 데이터에 충성하고 셀카의 셔터 음에 충성한다. 이게 바로 영웅본색이 아니라 'SNS 본색'이다. 폰족은 어쩜 '현대판 미아'인지도 모른다. 그 본성을 카페지앵이 사업적으로 잘 이용하는 중이다.

집에서는 대화가 없는데 희한하게 베카에 오면 다들 말문이 열린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폰 속으로 자맥질한다. 이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하나의 '문화'로 이해해야 된다.

전화 통화보다 그들은 문자와 이미지를 더 믿는다. 빵맛보다 더 자극적인 문자와 이미지 맛에 중독되어가고 있다. '아직 거기 몰라' '거기는 반드시 가 봐야 된다'고 하는 신상 핫플에 목을 맨다. 하지만 그 핫플의 문을 열고 나올 때쯤이면 새로운 핫플이 그들을 유혹한다. 하루에 하나씩 핫플 투어를 해도 핫플은 영원히 정복되지 못할 것이다. 이게 핫플 시대의 희망과 절망이랄까?


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이춘호기자의 카페로드] 핫플과 베이커리 카페(3)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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