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이춘호기자의 카페로드] 핫플과 베이커리 카페(3)…한때 말이 뛰놀던 곳…멍 때리며 힐링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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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27   |  발행일 2021-08-27 제35면   |  수정 2021-08-2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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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미군 기지가 들어서 일반인이 출입하지 못했던 가창면 최정산 정상부. 부대가 나가자 포니목장이 들어서고 그 목장이 나가자 연이어 베이커리 카페 대새목장이 새로운 쉼터로 다가선다. 대새못 옆 나무그늘 아래 테이블은 멋진 포토존이다.

카페지앵은 그 희망과 절망 사이에 힐링스러운 다리를 놓는다. 베카 사장이 되려면? 원시인의 수렵 정신만큼이나 치열한 프로 근성이 요구된다. 그런 의뭉스러운 단상을 취재수첩에 적어가면서 서늘한 가을바람이 일렁이는 최정산 정상부에 진을 친 '대새목장'으로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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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새? '대구의 새로운 목장'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말 대신 커피와 빵, 힐링을 방목하는 곳이라 여기면 된다.

◆스산한 그렇지만 야릇한

20일 오전 10시30분. 요즘 달성군 핫플 베카로 알려지기 시작한 '대새목장'(해발 760m)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 정경은 한마디로 스산하지만 무척 야릇하다. '여기 사장, 트렌드를 제대로 읽고 계시네'란 독백이 절로 흘러나왔다. 2018년 봄 최정산 자락에 오픈해 평일에도 줄 서게 할 정도로 대박을 친 인근 핫플 베카인 '오 퐁드 부아'도 조금 긴장할 것도 같다.

여긴 말 대신 커피와 빵, 그리고 힐링을 키우는 목장이다. 대새? '대구의 새로운 목장'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음악이 바람보다 먼저 아는 척한다. 에디 히긴스 재즈 트리오 톤의 여리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아주 느릿한 피아노 연주가 발목을 슬금슬금 긁고 지나간다. 목장 입구의 표정만으로 봐선 영업을 하는지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 번듯한 건물이 하나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입구 마굿간 건물은 뻥 뚫린 지붕, 허물어져 앙상해진 벽체를 그대로 방치, 아니 살려뒀다. 내부를 힐끔 들여다보니 전등도 달려 있고, 앉을 수 있는 자리만 깨끗하게 정리해주고 나머지는 손을 안 댔다. 그게 요즘 통하는 감각이다. 여긴 빈티지 중 빈티지 라인을 자랑한다. 벽을 타오르는 한삼 덩굴, 풀 한 포기의 물성도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입구 안내판에 '커피 한 잔이 포함된 입장료가 8천원'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그 문구가 없었을 때는 무례한 경우를 많이 당했다. 얌체처럼 무단으로 들어와 놀다 사라진 사람들이 적잖았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입장료를 받았다. 짠, 효과가 단번에 나타났다. 역시 값을 치러야 '품격'이 나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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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새목장의 기본 콘셉트는 목장 분위기를 살리는 것. 폭격 맞은 듯한 마굿간을 원형 그대로 활용했다.

오전 11시 오픈이다. 여긴 최정산 정상부(해발 905m) 바로 아래 평평한 초지 구역. 한여름에도 선선한 가을바람이 인다. 정상부는 군사지역이라서 오랫동안 민간인이 들어갈 수 없었다. 미군 미사일 기지 때문이다. 그게 철수하자 그 언저리에 '포니목장'이 들어선다. 5년쯤 있다가 2017년 산 아래로 내려가 재오픈했다. 현재 30마리 정도의 말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은 경산에서 옮겨 온 통신부대가 근처 정상부로 이전해 와 있다.

하늘 뷰 '대새목장'
달성군 최정산 폐허된 목장터
앙상한 지붕과 벽 그대로두고
목장분위기 살린 빈티지 카페
못 둘레 나무그늘따라 테이블
하늘 그대로 내려앉는 포토존

◆포니목장은 대새목장으로 변하고

대관령 양떼목장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 자리에 2000년 초 오리불고기 식당이 있었다. 그 식당은 이후 가창면 주리산 아래로 내려가 '취경'으로 자릴 잡는다. 오리불고기 카페로 유명해졌다.

정상부에 유명한 포토존이 있다. 외로이 서 있는 버드나무 한 그루다. 운무가 자욱할 때 기막힌 사진을 낚을 수 있어 사진작가들이 좋아들 했다. 목장 시절 그 옆으로 말을 위한 산책 울타리도 쳐져 있었다. 포니목장이 사라진 뒤 황량하게 방치돼 있었다. 정상부로 향하는 길 입구도 막아 놓았다.

목장 폐허 자리를 마케터의 입장에서 유심히 살펴본 우직한 사내가 있었다. 모 지역신문 사진기자 출신인 엄익삼(37). 1년 남짓 신문사 생활을 미련 없이 청산하고 새로운 인생을 빚어냈다. 부모가 운영하던 현풍읍 원교리 포산고 근처 장길산가든 자리를 대뜸 베카로 바꾸자고 부모를 설득했다. 아버지는 속으로 '그건 아니다' 싶었지만 자식 이길 부모가 누가 있겠는가. 아버지는 나름 탄탄한 삶을 살아오셨다. 읍내에서 뉴스타 사진관과 신화 예식장을 운영했고 나중에는 식당까지 차렸다. 그렇게 해서 이 식당은 2017년 현풍에서 가장 이색적인 핫플 베카로 탄생된다. 바로 '161커피스튜디오'다.

일단 식당 앞 광활하게 펼쳐진 논을 주시했다. 이게 물건이 될 것 같았다. 식당 앞 논을 갈아엎어 잔디광장으로 둔갑시켰다. 광장 너머는 축구장 몇 개 넓이의 논이 해변처럼 널려 있다. 멀리 비슬산, 디지스트와 테크노폴리스에 드문드문 지어진 아파트촌도 점점이 보인다.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 전혀 없다. 다들 바다, 산, 강, 계곡 등을 끌고 들어오는데 그는 논을 오브제로 활용해 성공한 것이다. 일부 젊은이들은 논도 잔디광장인 줄 안다.

논 뷰 '161커피스튜디오'
현풍읍 식당을 카페로 개조
광활한 논을 풍경으로 활용
비슬산·아파트촌도 한눈에
핑크뮬리 심어 이색 포토존
아이들 위한 모래밭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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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커피 한 잔과 빵 한 접시는 하나의 경전과 같이 숭고한 기운을 내뿜는다. 현풍읍 포산고 네거리 근처에 있는 '161커피스튜디오' 옥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잔디광장, 아이와 깔깔대며 평화롭게 놀고 있는 부모들의 일상이 가을바람 못지않게 싱그럽다. 멀리 대형 축구장 몇 개를 연결해 놓은 듯한 광활한 논이 이 카페의 앞뜰이나 진배없다.

◆가능한 한 손대지 말자

평소 사용하던 이런저런 카메라 20여 개를 소품으로 전시했다. 인천·부산 등지를 뒤져 해묵은 산업용품까지 구입해왔다. 미싱 상판도 테이블로 활용했다. 들어갈 땐 1층이지만 테라스에서 보면 2층이다. 커피는 2013년 월드커피로스팅챔피언십 챔피언인 일본 커피광 고토 나오키의 커피를 선택했다. 시그니처 커피로 조금 특별한 '소금커피'를 골랐다. 그리고 라테 거품 표면을 인화지로 생각해 그 위에 분말을 정교하게 분사해 사진 속 이미지를 재현해낸다. 자기 얼굴이 새겨진 라테, 자연 입소문이 날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시도한 건 포토존 강화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핑크뮬리 포토존을 만든다. 여기저기도 괜찮다 싶어 핑크뮬리를 벤치마킹해갔다.

엄익삼은 프랜차이즈 유전자를 갖고 있다. 전국의 핫플 베카 순례를 하면서 이 업만의 특성을 분석해 나갔다. 그렇게 해서 2호 베카를 준비했다. 대새목장 자리도 평소 눈여겨둔 곳 중 하나다. 최근 경산 영대 캠퍼스 근처에 '월화수(月花水)' 베카도 열었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키즈 베카를 염두에 뒀다. 아이의 맘이 가는 곳에 부모의 맘이 가고, 그래야만 베카도 롱런할 수 있다고 봤다. 161카페부터 아이와 반려견을 허용한다. 대새목장에서 성공한 키즈존 모래밭도 161광장에 적용해 호평을 받는다.

◆거울이 된 대새못

대새목장의 기본 콘셉트는 목장 분위기를 살리는 것. 대형 우유 통을 합판을 이용해 직접 만들어 드문드문 설치 했다. 200여m 길이의 대새못은 거울이다. 주변의 나무 그늘에 테이블을 10곳 정도 조성했다. 맑은 날 하늘이 그대로 내려앉는다. 연인은 연인대로 가족은 가족대로 편히 쉴 수 있게 존을 잘 구분했다.

두 동의 마굿간은 모던하다. 항상 재즈뮤직이 곰돌이 인형처럼 손님한테 안긴다. 꼭 논산훈련소 시절 내무반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손님도 보이지 않고 해서 재즈뮤직을 베개 삼아 잠시 눈을 감았다. 실내는 어둑했다. 동굴에 들어온 것 같았다. 16개의 녹색 철제 기둥, 7개의 큰 통유리창을 통해 목장의 전경이 중세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다가선다. 무채색 공간인데 기분은 너무나 유채색.

대새못 주변에는 수종이 다양하지 못하다. 해발이 높기 때문이다. 태풍이 밀려오면 골바람이 이 언저리를 초토화시켜 버린다. 여러 수종이 죽었다 살았다를 반복했다. 지금 보이는 저 수종들이 이 땅에 적응한 질긴 놈들이다.

대새못 옆 한 나무. 그 그늘이 자못 인상적이다. 그 테이블은 손님들이 가장 혹하는 포토존. 한 팀이 떠나니 다른 손님이 부리나케 달려와 거기에 앉는다. 소곤소곤~ 재잘재잘~. 스트레스가 중화되는 소리로 들렸다. 상단부 테라스 자리에 앉아 커피 홀짝 거리며 그 광경을 소금쟁이 움직임처럼 음미해 본다. 멀리 비슬산 연봉과 라테 거품 같은 구름이 대새못 수면에 양떼처럼 얼비치는 맑고 홀가분한 가을날 오후랄까!

글·사진=이춘호 음식·대중문화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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