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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
어린 시절에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농촌에서의 삶은 자연과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이었다.
선진 외국을 여행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아름답고 살기 좋은 농촌이었다. 하지만 국민소득 3만달러의 선진국에 맞지 않게 우리의 농촌은 낙후되어 있고 심각한 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다. 이제 농촌을 살기 좋은 미래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여야 할 때다.
우리 농촌의 열악한 상황은 통계가 잘 보여주고 있다. 2020년도 농가의 수는 전체 가구의 5.1%이며 농가 인구는 전체인구의 4.5% 수준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고령 인구 비중은 42.5%로 전체 평균에 비해 3배 가까이 높다. 20여 년 전에는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 소득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이제는 60% 정도에 불과하다.
국토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농업과 농촌은 국토의 효율적 활용과 도시 과밀화의 해결 차원에서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농촌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농촌을 농민들이 사는 곳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젊은 세대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하듯이 영농조합법인이나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하고 활동하는 곳이어야 한다.
영농인은 먼 지역까지 차를 타고 가서 영농활동을 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마을에 거주할 필요는 없다. 영농인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편의시설과 문화복지시설이 갖추어진 타운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최고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학교들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도시민들도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자녀를 키우기 위해 올 것이다. 기업들도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지역친화적인 환경을 찾아서 올 것이다.
농업과 농촌의 문제는 농민이나 지자체의 힘만으로 해결되기가 쉽지 않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자원을 갖고 있는 기업의 도움을 얻는 것이 필요하다. 마침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농업과 농촌을 변화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농업은 농식품, 바이오, 헬스케어 등과 연계된 환경친화적인 산업으로 기업의 투자대상이 되고 있고, 기업의 농촌 살리기는 사회적 임팩트가 매우 큰 사회적 기여활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농업은 첨단 미래산업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농업선진국인 네덜란드는 스마트팜을 만드는 등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최첨단 농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세계 최대 농식품 수출국인 미국에서도 실내농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기술투자에서 농업식량분야에 가장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농업은 ICT와 생명공학 등의 첨단기술과 연계되어 살기 좋은 지구를 만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농촌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대기업의 협력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으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만들어져서 운영되고 있다. 2017년에 여·야·정 합의로 시작된 농어촌 기금으로서 FTA로 피해를 본 농어업을 위해 기업들의 자발적 기부로 조성하여 농어촌 장학사업, 복지증진, 정주여건 개선, 기업과 농어업 간 공동협력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ESG 경영을 계기로 우리 기업들이 이 기금을 농업과 농촌을 위한 다양한 사업과 사회공헌활동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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