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고 눈총 받는 육아휴직] 복직하니 응급실로, 힘들다 했더니 다시 중환자실로 인사발령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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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15 18:12  |  수정 2021-09-17 18:39  |  발행일 2021-09-16 제6면
만8세 이하 자녀 둔 상용직 부모의 8%만 육아휴직 사용
육아휴직자 10명 중 4~6명은 직장으로 정상적 복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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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여성 직장인 상당수가 임신과 출산, 육아 과정에서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만 8세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상용직 부모 중 육아휴직을 한 사람의 비율은 8.4%에 불과했다. 아동 1명당 육아휴직을 한 부모의 누적 휴직사용 횟수는 '1회'가 88.4%, '2회'가 11.4%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분기부터 2020년 4분기 사이 기간 육아휴직 신청자 가운데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한 비율은 평균 34.1%다. 사후지급금은 육아휴직에서 복직 후 6개월 뒤에 받을 수 있는 돈이다.

특히 지난해 3월(31%) 이후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하는 비율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4월 48.5%에 이어 5월과 6월엔 각각 52.3%, 62.1%로 늘었다. 육아휴직자 10명 중 4~6명이 휴직 후 직장에 정상적으로 복귀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육아휴직을 이용한 '갑질'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다.

대구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A(여·33·대구 동구)씨는 "아이가 둘이다.  육아휴직복직후 병원은 나를 응급실로 인사발령 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밤 근무는 곤란하고, 응급실 업무 강도를 견디기에 몸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병원은 오히려 내가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여겼는지 중환자실로 인사이동시켰다"고 했다.

또 "주변 동료들 사례를 보면 개인병원에선 더하다. 동료 한 명은 임신 7~8개월쯤 병원에 육아휴직 이야기를 꺼내니, 병원 측에서 '1년 간 자리 비워놓을 수 없다. 고용보험 급여를 탈 수 있게 해주겠다'는 식으로 우회적으로 사표 낼 것을 권고했다. 결국 아기를 낳고 그만 뒀다"며 "개인병원에선 출산휴가는 눈치 보여 말을 못 꺼내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회사원 B(여·36·대구 서구)씨는 "동료 여직원이 1년 간 육아휴직을 쓰는 와중에 둘째 아이를 가졌다. 배가 어느 정도 부른 상태에서 복직을 했다고 눈치를 받았다. 상사가 '회사 나오면서 배불러서 온다'고 말하면, 내부에선 그 직원을 비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라고 말했다.

최근 대구의 한 맘카페에는 둘째 아이 출산 후 복직 문제를 상담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첫째는 돌 될 때쯤 복직했는데, 둘째는 육아휴직을 다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복직과 퇴사를 함께 고민해야 된다"고 토로했다. 회원들은 "육아휴직 쓰는 것도 대한민국에선 아직까지 눈치가 보인다" "그것 때문에 둘째를 갖는 것이 고민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직장갑질 119는 많은 노동자가 육아휴직 후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주된 이유에 대해 법 위반에 대한 처벌 수준이 경미하거나 아예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최근 '모성보호 갑질 보고서'에서 직장갑질 119는 "사업주가 육아휴직 신청을 거부해도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정도로만 규율하기 때문에 처벌조항이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또 육아휴직 사용으로 인한 불이익은 직장 내 괴롭힘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런데 괴롭힘 행위자와 조치의무자(회사)에 대한 규율은 경미하고, 육아휴직 사용을 이유로 한 따돌림과 배제는 비가시적이고 조직적으로 나타나기에 규율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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