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군위에 보내는 굿나잇 키스

  • 김장호 경북도 기조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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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5   |  발행일 2021-11-25 제21면   |  수정 2021-11-2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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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호(경북도 기조실장)

이어령 선생은 한 인터뷰에서 "개인을 비행기로 보면 가족은 사회로 나가고 들어오는 일종의 활주로와 같다. 긴 활주로는 떠날 때도 돌아올 때도 속도를 늦춰줄 때까지 받아주는 너그러움이 있다"고 말했다.

군위가 비행기라면 경북도는 활주로다. 1896년 경북도에 편제된 이후 125년 만에 활주로를 떠나려고 한다. 통합 신공항 시대를 앞두고 군위군의 대구 편입건이 도의회를 통과 후 행정안전부에 전달됐다. 행안부는 최근 관련 법안을 입법 예고했다. 내년 2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는 일만 남았다.

군위는 대구 대도시권에 포함돼 있지만 경부선 철도와 고속도로가 지나지 않아 인구는 2만2천여 명에 불과했다. 경북에선 울릉과 영양을 빼면 가장 인구가 적다. 전국단위로 봐도 인구는 뒤에서 6위에 불과하다. 지방소멸 위기를 온몸으로 받아낸 지역이지만 일연의 삼국유사와 김수환 추기경의 고향으로 경북 정신문화의 한 축을 지탱해줬다. 국내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인 화본역이 있는 소박한 곳이기도 하다.

이런 애처롭고 아름다운 군위를 이제 대구로 보내주려 한다. 군위군의 대구편입은 새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는 대구·경북의 절박한 심정을 대변한다. 자칫 군위편입 문제로 공항건설이 지연 또는 좌초되기라도 했다면 그간 대구·경북 시도민이 힘들게 만들었던 역사가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신공항이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 그래서다. 생니를 뽑는 심정이었다는 도지사의 말처럼 고통스럽게 군위군의 대구편입을 지원했다.

군위군 대구편입은 저출산 및 고령화로 지방이 붕괴되는 절박한 위기를 돌파하고 신공항으로 새 역사를 열기 위한 몸부림이다. 군위군민 뜻을 존중하고 새로운 미래에 투자한 경북도민의 뜻에 따른 과감하고 빠른 결정이었다. 더 큰 대구·경북을 위한 결정이라고 확신한다.

이제 우리는 3천500m 이상 활주로와 연간 26만t 이상 처리가 가능한 화물터미널을 갖추고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최첨단 스마트공항을 건설해 신공항 경제권을 현실화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 군위·의성·구미·칠곡은 이미 '하늘길 동맹'을 맺었다. 신공항 건설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도록 공동 노력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이 도시들은 신공항의 핵심 배후도시로 글로벌 비즈니스의 중심이 될 준비를 할 것이다. 이젠 소멸이 아닌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소멸지수 1위 경북이 희망지수 1위 경북으로 바뀔 것이다.

우리 지역의 희망지수는 정부가 한껏 올려줘야 한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모여 사는 것은 지방소멸뿐만 아니라 부동산 문제를 야기해 청년들의 삶의 질을 확 떨어뜨린다. 저출산 문제를 심화시키고 국가 성장 잠재력도 뒤처지게 한다. 지난 20년간 수도권 집중은 심화됐고, 한국의 1인당 잠재 GDP 성장률이 현재 연평균 2.8%에서 2030년 이후엔 0.8%로 떨어져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로 추락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20년을 우리는 제로 성장국으로 다시 겪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해답은 지방에 있다. 정부는 제2의 메가시티 대구·경북에 투자해야 한다. 대구·경북은 문화관광자원이 풍부하지만, 도로 철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빛을 못 보고 있는 곳이 수두룩하다. 영덕 관광객이 2016년 당진-영덕 고속도로 개통 이후 2년 만에 1천만명을 돌파했다. 교통 인프라만 잘 구비하면 문화관광 수도가 될 것이다. 포스텍, 금오공대 그리고 첨단산업 역량이 축적된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제2의 실리콘밸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곳도 경북이다. 이번 신공항 추진을 계기로 정부가 공항과 연계된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고 국제도시 조성을 위해 연구개발, 비즈니스 단지 등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 20년 넘게 이어온 균형 발전정책도 새 국면을 맞을 것이다.

남부권에도 인천처럼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을 가진 국제 비즈니스 벨트가 들어서도록 공항과 연계된 SOC에 대한 집중투자와 미래세대를 위한 지방 도시 지원이 절실하다. 이는 국가의 판을 바꾸는 일이다. 그 첫 단추가 바로 군위군 편입이다. 더 큰 미래를 향해 경북이라는 활주로를 떠나는 희망의 비행기가 될 것이다. 조속한 편입 절차 완료 및 국회를 통한 법 개정이 절실하다.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510만 대구·경북민의 하나 된 목소리는 존중돼야 한다.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은 경북도민이 사랑했던 군위에 보내는 '굿나잇 키스'가 될 것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라는 아침이 밝아 오면 또다시 만날 것임을 약속하면서 말이다.

김장호<경북도 기조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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