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유체이탈자, '12시간마다 바뀌는 몸' 의문 품은 채 숨가쁜 추적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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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6   |  발행일 2021-11-26 제39면   |  수정 2021-11-26 09:09
교통사고 후 기억 잃고 다른 사람 몸에서 깨어나
실타래 같이 얽힌 비밀과 격렬한 격투신 압권

유체이탈자

총상을 입은 채 교통사고 현장에서 눈을 뜬 한 남자. 자신이 누구인지 왜 여기에 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뒤 또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난다. 12시간마다 몸이 바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행동 반경에서 자주 마주치는 의문의 여자 문진아(임지연)를 단서 삼아 결론을 내린다. 그들이 쫓는 사람이 국가정보요원 강이안(윤계상)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자신이 강이안임을 직감하고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이전의 기억들을 되살려 누구보다 먼저 자신을 찾기 위한 추적을 시작한다.

'유체이탈자'는 기억을 잃은 채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난 한 남자가 자신의 정체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정체불명의 무리가 왜 자신을 쫓는지, 12시간마다 몸은 왜 계속 바뀌는지를 밝히기 위한 숨가쁜 추적이 스릴러 장르의 외피를 두르며 차곡차곡 서스펜스를 쌓아간다. 시작은 좋다. 혼란에 빠진 듯 보이는 주인공이 죽다 살아난 몰골로 등장해 관객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는 기억을 잃고 몸까지 바뀌는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 빠졌지만 영화 중반부까지 이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거의 제시되지 않는다. 대신 곤경에 처한 남자의 사투를 제이슨 본 스타일의 격렬한 격투 신과 총기 액션, 긴박감 넘치는 카 체이싱으로 이야기를 채워간다.

영화의 전반부가 궁금증과 의문을 품은 채 쫓고 쫓기는 액션 장르 특유의 쾌감에 치중했다면 사건의 실마리를 찾게 되는 중반부부터 서사의 방향은 그의 정체를 밝혀내는 데 공을 들인다. 콘셉트는 명확하다. 한 남자의 추적 액션에 방점을 찍은 스릴러다. 주인공의 몸이 수차례 새롭게 바뀌는 과정에서도 비밀이 밝혀지는 걸 교묘하게 숨긴 영화는 이를 동력 삼아 뒤얽히며 충돌하기를 반복한다. 마치 풀 수 없이 엉켜버린 실타래 같다. 관객 또한 주인공에게 동화돼 그가 새로운 몸으로 바뀌었을 때 비친 인물들의 연관성을 함께 유추해가며 퍼즐의 조각을 맞춰간다.

이야기와 액션의 조합은 대체적으로 무난하다. 관객의 호기심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된 여러 장치들도 늘어지는 부분 없이 기본에 충실한 편이다. 다만 스릴러 장르 특유의 허를 찌르는 반전이 아쉽고, 이야기의 매듭이 후반부로 가면서 다소 맥없이 풀어진 느낌이다.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1인7역을 소화하며 액션은 물론 밀도 있는 감정 변화까지 섬세하게 담아낸 윤계상의 연기가 발군이다. '트랜스포머' '지.아이.조'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 유명 프로듀서 로렌조 디 보나벤츄라가 리메이크를 결정했다. (장르:액션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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