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피플] 홍덕률 사학진흥재단 이사장 "고등교육 정부 재정투자,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 김수영,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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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01 07:38  |  수정 2021-12-01 09:45  |  발행일 2021-12-01 제13면

홍덕률이사장2
한국사학진흥재단 홍덕률 이사장은 "학령인구 감소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학교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사립대학들이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 주는 사업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한국사학진흥재단 홍덕률(64) 이사장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보지 않으면 그냥 대구·경북 사람이려니 생각한다. 대구대 교수를 거쳐 총장을 지내고 대구사이버대 총장, 경북도 평생교육진흥원장, 경북행복재단 이사장 등을 두루 거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고향은 인천이다. 대학 시절은 서울에서 보냈다. 타지 출신이지만 30여 년간 지역에 살면서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해 왔으니 지역 사람이라 여기는 게 당연하다. 두 개 대학의 총장을 지내면서 인재 양성에 앞장서 왔던 그가 지난 6월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지역 출신이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사립대학 총장 출신이 수장을 맡은 전례도 없었다.

지방 사립대 재정 위기는 지역인재 양성의 위기
'고등교육 재정 교부금법' 적극적인 입법 절실해

사립대 경영 투명하게 공개 국민 공감대 얻어야
회생 가능성 없는 부실 사학은 과감한 정리 필요
폐교대학 구성원 피해·충격 최소화 최선 다할 것

▶오랜 시간 대학에 있다가 한국사학진흥재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학에서 1년 정도 정년을 남겨놓고 떠난 것으로 아는데.

"8년여의 대구대 총장과 4년 가까운 대구사이버대 총장을 지내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다. 원 없이 일했다. 오랜 분규로부터 대학을 정상화하기 위해, 각종 국가사업에 도전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환경과 취·창업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나름의 성과가 있어 보람을 느꼈다. 학교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자연스레 마지막 역할을 고민하게 됐다. 그동안 쌓은 경험을 활용해 위기에 처한 사립대학을 돕고 싶어 재단에 왔다."

▶비수도권 사립대학 총장 출신이 이사장을 맡아 어려움을 겪는 지방 사립대학들의 기대가 큰 것으로 안다.

"이사장에 취임한 뒤 전국의 사립대학 총장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다. 대학 상황이 너무 어려우니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사립대학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재정난이다. 13년째 등록금이 동결됐고 학생 수는 급감한 데 반해 인건비를 비롯한 경상비 등 지출은 증가했다. 사립대학 대부분이 최소한 필요한 교육의 질조차 유지하기 버거울 정도다. 낡은 시설 교체도 어려운 상황이라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신규 투자는 엄두도 낼 수 없다. 교육환경은 악화되고, 교수들은 더 많은 강의에 내몰리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폐교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데.

"재정난 때문에 파산하는 대학도 있다. 재정 문제는 지방 사립대학에서 더 심각하다. 폐교한 대학이 있던 지역은 경제와 문화까지 무너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학의 위기는 고등교육과 인재양성의 위기를 의미한다. 이는 국가와 미래의 위기로 이어진다. 재학생들과 지역사회, 교수와 교직원들의 피해와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재단이 폐교 및 청산 절차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가려 한다. 최근 재단이 '폐교 대학 종합관리기관'으로 일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과 재단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였다. 폐교로 인한 대학 구성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립대학의 위기 극복 방안이 있다면.

"재정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사립대학의 재정은 보통 세 가지로 확충된다. 첫째 등록금 수입, 둘째 기부금 수입, 셋째 국가로부터의 재정수입이다. 우리나라의 대학등록금 수준은 절대 낮지 않다.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등록금 인상은 답이 아니다. 기부금 수입도 기대난망이다. 유일한 답은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재정투자를 늘릴 방안은.

"OECD 국가들의 고등교육 재정 정부 부담은 GDP 대비 평균 1%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0.7% 미만이다. 정부 재정투자를 OECD 평균으로 끌어올리는 게 최선이다. '고등교육 재정 교부금법'이 국회에 발의돼 있는데 적극적인 심의와 입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저항 논리가 만만치 않아 지지부진하다."

▶정부의 재정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사립대학의 경영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국민에게 대학재정이 교육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건전하게 쓰인다는 신뢰를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재단의 비리, 대학 구성원의 도덕적 해이 등이 없어야 한다. 둘째는 이미 대학의 기능을 심각하게 상실한 부실 사학을 정리하는 것이다. 대학을 엄정하게 평가해 어려움을 겪는 한계 사학 가운데 회생 가능성이 있는 대학은 지원해 구제하고, 회생 가능성이 없는 대학은 안타깝지만 폐교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도 문제다.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 위기가 더 심각해졌다. 재단에서 이 위기를 잘 넘기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부터 향후 3년간 학령인구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힘든 고비가 될 것이다. 재단은 고유사업인 융자사업은 물론 행복기숙사 사업(대학에 기숙사를 지어주는 사업)의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최대한 많은 학교가 혜택을 누리게 할 계획이다. 급변하는 고등교육 환경에서 대학들이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대학경영 컨설팅사업과 사학 교육행정 연수사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재단이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할 일은.

"사립대학에 필요한 사업들을 기획해서 교육부와 국회를 상대로 입법 내지는 정책화하는 일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일선 대학의 고민을 풀어갈 방법 등과 관련해서는 재단 임직원들이 가장 뛰어난 전문가들이다. 재단 전문가들이 주어진 사업을 잘 집행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책을 구상하고 입안하는 역할, 즉 정책기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겠다."

▶재단의 중장기 발전 전략도 추진 중이다.

"취임 후 곧바로 '비전 2030' 기획을 위한 중장기 발전전략 TF팀을 발족 시켜 최근 최종안을 보고받았다. 12월 3일, 창립 32주년 기념식 때 공식 선포하고 전 직원들과 재단의 미래 비전, 신규 사업들을 공유할 예정이다. 다시 뛰는 재단으로 새 출발한다."

▶'비전 2030'에서 그리는 미래 발전 방향은.

"첫째 '학생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지금까지 해온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융자사업, 행복기숙사 건립 사업뿐만 아니라 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발굴하고 강화해 나갈 것이다. 둘째 사립대학들의 재정난을 덜어주기 위해 대학들에 필요한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확충할 계획이다. 대학의 신뢰 회복과 재정 건전화를 위한 다양한 신규 사업도 준비 중이다. 셋째 '혁신적인 미래 교육 기반 조성'을 위해 고등교육 정책을 선도하고 공유기반의 미래 교육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넷째 'ESG 경영체제 구축'을 위해 사회적 가치 실현을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 고객 중심형 경영 인프라 혁신을 이루려 한다. 4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학교를 튼튼하게, 학생을 행복하게, 미래 교육 선도기관'이라는 새로운 비전도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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