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맛집] 대구 봉덕동 '원조김천식당'…국밥에 올린 생소한 쌈장 한 숟갈 '신의 한 수'

  •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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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17  |  수정 2023-09-27 14:43  |  발행일 2021-12-17 제12면
맛나게, 멋나게~

[대구 맛집] 대구 봉덕동 원조김천식당…국밥에 올린 생소한 쌈장 한 숟갈 신의 한 수
대구 남구 봉덕2동 봉덕맛길 '원조김천식당'의 돼지국밥과 순대.

돼지국밥을 먹을 때면 항상 마음속으로 비교하는 곳이 있다. 바로 대구 남구 봉덕2동 봉덕맛길에 있는 '원조김천식당'이다.

함께 기자생활을 시작한 모 기자와 나는 과음을 한 다음 날이면 십중팔구 원조김천식당으로 향했다. 밤새 마신 술이 채 깨기도 전에 찾은 돼지국밥이지만 돼지국밥 때문에 다시금 술을 찾을 정도로 깔끔히 해장이 됐다. 그릇째 들고 마지막 남은 밥알까지 털어 넣은 뒤에는 '역시'라는 감탄사를 내뱉곤 했다.

반신반의하며 처음 발을 들인 이곳에서는 여느 돼지국밥집과 달리 꼬릿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식탁 위 돼지국밥에는 생소한 쌈장이 한 숟갈 올라가 있었고, 다양한 부위의 고기가 가득해 씹는 맛을 기대하게 했다. 쌈장을 풀기 전 맛본 국물에서는 잡내 하나 나지 않았고, 진한 풍미에 소금 간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3년여 동안 대구를 떠나있으면서 찾아오지 못했던 이곳을 최근에 다시금 방문했다. 그저 국밥에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꼭 한 번쯤 이곳을 다시 찾고자 수차례 다짐했지만 항상 다음으로 미루기만 했다. 다음에 이곳을 찾을 때는 국밥과 소주 그리고 좋은 사람과 함께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식당 주변 동네는 제법 낯설었고, 익숙한 간판을 통해 '제대로 찾아왔구나' 깨달았다. 거리의 풍경도 식당을 찾은 사람도 달라졌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음식을 담아온 꽃무늬 쟁반과 그릇, 무엇보다 국밥 그 자체. 살짝 오른 취기 때문일까, 아니면 변하지 않은 그 맛 때문일까? 하루 종일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차를 잊게 하는 그곳으로 미루지 말고 찾아가자.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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