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수 경제부장이 만난 사람] 연임 성공한 김윤식 신협중앙회장 "협동조합청 설립해야 금융소외계층 지원 늘고 상호금융권 발전"

  • 임성수,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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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29  |  수정 2021-12-29 14:15  |  발행일 2021-12-29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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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협동조합청 설립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지난 22일 첫 직선제로 치러진 제33대 신협 중앙회장 선거에서 유효득표율 100%로 당선된 김윤식(65) 회장. 대구 출신인 김 회장은 4년 전 8명이 출마한 32대 신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시 회장과 결선투표까지 가며 승리한 뒤 이번 선거에서는 62년 신협 역사상 처음으로 단독 후보로 출마해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2026년 2월까지 4년이다. 대구 <주>효성청과 회장이자 <주>아리아나호텔 대표이사인 김 회장을 지난 26일 아리아나호텔에서 만나 앞으로의 각오 등을 들어봤다.

조합과 상생 기반 마련이 목표
중앙회가 건전 여신수요처 발굴
농·소형조합 수익 증대에 기여
신협은 이익 100% 조합원 배당
美·加선 제1금융기관으로 역할


동일인대출한도 현실화에 총력
조합의 경영에 숨통 틔워줄 터


▶신협과의 인연은 언제부터.

"신협과의 인연은 1995년 조합원 가입이 시작이다. 이후 신협 역할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1998년 경영상 어려움을 겪던 대구 세림신협의 이사를 맡은 뒤 세림신협 이사장, 대구북구평의회장, 대구지역협의회장, 신협중앙회 이사를 거쳐 2018년 신협중앙회장이 됐다."

▶신협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한다면.

"200년 전 독일에서 태동한 신협은 현재 세계 118개국(회원 3억명)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전체 자산만 무려 3천800조원에 달한다. 특히 유럽은 물론 미국·캐나다 등에서는 신협이 그 나라 제1 금융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시중은행이 제2금융권이다. 국내 시중은행 대부분은 대출로 영업이익을 본다. 하지만 대부분 외국자본이 70% 넘다 보니 국부를 유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반면 우리 신협은 이익이 나면 조합원들에게 100% 배당으로 돌려준다. 출발부터 시중은행과는 다른 금융기관인 셈이다. 이처럼 한국만 금융구조가 왜곡돼 있다. 신협뿐 아니라 협동조합인 농협, 축협, 수협, 새마을금고까지 합치면 회원 수(중복 포함)가 우리나라 인구보다 더 많다. 결국 80∼90%가 협동조합 금융권을 이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신협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정책을 준비 중인가.

"전국 880여 신협은 모두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이다. 이 중 300개 정도가 농·소형(농촌소재 소형) 조합인데, 낮은 출산율과 높은 사망률에다 인구 유출까지 겹친 농촌지역의 작은 신협의 상황은 척박하기 그지없다. 다른 나라 신협과 비교하면 이런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따라서 우선 중앙회의 조합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 중앙회가 건전한 여신수요처를 발굴해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소형 조합 등에 직·간접적으로 여신을 공급, 조합 수익 증대에 기여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조합과 중앙회가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임기 내 목표 중 하나다."

▶과거 정부 지원금 문제로 지금까지도 신협이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난 4년간 여러 제도적 진전을 이뤘지만 아직 신협 임직원들이 여러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크다. 특히 동일인대출한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합들이 많다. 실제 자산 규모가 작은 조합들의 경우 대출의 기본인 실거주 목적의 아파트담보대출도 동일인대출 제한으로 취급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동일인대출한도를 현실화해 조합경영에 숨통을 틔워줄 생각이다. 또한 정부와 신협 간 MOU(업무협약) 해제 이후 현장 소통 강화를 위해 10개 지역본부를 15개 지역본부로 확대·개편할 계획이다."

▶상호금융권 전체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는가.

"신협은 소상공인, 농협은 농민, 수협은 어민이 주축이지만 모두가 서민이 이용하는 금융기관이다. 그런데 신협은 금융위원회, 농협과 축협은 농림축산식품부, 수협은 해양수산부,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로 기관별 주무 부처가 달라 통일된 정책을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처럼 앞으로 전염병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서민들을 직접 도와줄 금융기관은 협동조합인 상호금융권밖에 없다. 따라서 중소기업을 지원했던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처럼 가칭 '협동조합청'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협동조합청이 설립되면 서민금융인 상호금융권에 특화된 금융정책 등이 가능해지고, 이는 금융소외계층의 지원 강화와 상호금융업권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협동조합청 설립으로 상호금융기관별 감독 규제 차익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처별 기득권 때문에 쉽지는 않겠지만, 금융당국을 비롯한 정부부처에 '협동조합청' 설립을 적극 건의해 상호금융권과 전국민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겠다. 또 내년 대선에서 각 정당 후보들의 공약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신협'하면 '어부바'가 떠오른다. 슬로건을 만든 배경은.

"'어려울 때 힘이 되는 든든한 금융'이라는 신협의 존재가치와 '가족처럼 따뜻한 관계로 평생을 함께하는 협동조합'이라는 신협의 철학을 '어부바'라는 한국적인 정서의 슬로건에 담아 신협이 나아갈 바를 제시하기 위해 중앙회장 임기 초 도입했다. 처음엔 신협 내부에서도 경상도 사투리라는 소리가 나왔지만, 표준어인 '어부바'라는 신협만의 브랜드 캐릭터로 TV광고에 등장시키고, 여러 어부바 굿즈(인형·이모티콘 등)를 제작해 신협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적지 않은 성과도 거뒀다고 본다. 특히 신협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젊은 세대들도 '어부바'라는 캐릭터를 많이 알게 됐고, 특히 어린아이들이 '어부바 인형'을 품에 안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미래의 주역이 될 아이들이 우리 신협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봤다. 금융위원회 회의에서 위원장이 과장과 팀장에 농담으로 '어부바를 우리 슬로건으로 못 했으니 시말서를 써라'는 농담까지 할 정도였다."

▶국제무대에서도 신협과 관련한 역할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9명으로 구성된 세계신협협의회(WOCCU) 이사를 맡아 세계 신협 개발 프로젝트 등 중요한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아시아인으로는 유일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특히 세계신협협의회 코로나대응위원장을 맡아 아프리카 등에 백신과 마스크를 보내는 등의 업무를 하면서 '코리아'에 대해 잘 모르는 국가에 코리아를 알리는 계기가 될 때도 있어 보람이자 영광으로 생각한다. 아시아신협연합회(ACCU) 회장도 맡아 3천600만 아시아 신협 조합원을 대표해 공동이익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끝으로 신협 회원과 고객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번 더 기회를 주어 영광이다. 만장일치 결과처럼 신협 회원들이 단합하면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신협에 대한 독소 조항을 반드시 없애 조합원들의 불편이 없도록 노력하겠다. 또 앞으로 4년간 제대로 된 투자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이것이 협동조합의 이념이자 역할이다. 조합장·조합원들과 하나가 돼 오늘보다 더 멋진 내일의 신협을 반드시 만들겠다."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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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편집국 경북본사 1부장 임성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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