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홍준표 의원과 대구시장

  • 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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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9   |  발행일 2022-01-19 제26면   |  수정 2022-01-19 07:21
洪의원의 계속된 내부총질
진정 후보교체를 바란건가
정권교체보다 사익에 집착
대구시장 출마설까지 나와
'큰 지도자'다운 선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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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17일 '오불관언(吾不關焉)'한다고 선언했다. 어떤 일에 상관하지 않고 모른 체한다는 것이다. 발단은 전날 MBC가 야당인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의 통화 녹취록을 사적인 대화임에도 방송하면서다. 대선을 앞둔 의도적이고도 치졸한 행태였다. 그런데 이런 '치졸'에 기다렸다는 듯이 맞장구를 친 인물이 같은 당의 홍 의원이었다. 방송에 나온 후보 부인의 통화 내용에 대해 비난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다 갑자기 "이번 대선에 대해 의견을 말하지 않기로 했다" "김○○ 리스크가 무색해지고, 무속인 △△대사 건도 무사히 넘어갔으면 한다"고 하며 페이스북 등의 앞서 발언들을 내렸다. '내부 총질'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과반인 상황에서 홍 의원의 이런 모습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홍 의원은 자신의 페북에 후보 부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탄핵을 주도한 보수들은 바보라는 말도 충격이고" 등 하면서 네 번이나 '충격'이라 썼다. 후보 부인의 결과적인 경솔함도 있었지만 오히려 여당 쪽에서 비난 논평을 바로 하지 못했을 정도로 정치판의 폐부를 찌르는 말의 연속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도 보수정당에서 주도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초기에 당시 야당은 오히려 주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홍 의원이 당 대표이던 시절 박 전 대통령을 출당조치한 것도 선고 재판을 앞두었던 시점이기도 해서 그 역시 탄핵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런 홍 의원이 어찌 공개 비난을 하고 나서는가. 말을 비틀었지만 비난에 다름없다. 확인되지도 확정되지도 않은 '리스크'니 '무속인건'이니 하는 말도 그렇다. 비교도 되지 않는 여당 후보의 패륜적 막말 녹취록은 모른 체한 채 자기 당을 향해서만 총질했다. 그 전부터 계속된 총질 발언까지 해서 여기까지 왔다면 후보교체를 바란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홍 의원은 대선후보 최종경선에서 역선택을 방지하는 설문조항에 결사코 반대해 결국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사실상 받아들였다. 그렇게까지 해서도 패한 경선인데 이런 모습을 지속한다는 것은 정권교체와 나라의 정상화 여론보다는 자신의 이해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홍 의원의 대구시장 출마설이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3월9일 이후에 보자"고 했다.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대구시장 출마를 얘기하던 홍 의원 측근이 갑자기 지역 보선 출마로 선회 선언한 것도 같은 시기다. 대구시장 4년을 하면 바로 다음해 대선 출마하기가 딱 좋고 그 중간의 총선 공천 걱정도 없다. 지방선거 공천권을 쥔 이준석 대표를 그렇게 옹호하는 것도 그런 계산 때문인가. 그러면 대구는 홍 의원 주머니의 공깃돌인가. 보수의 심장이며 구국의 고장이라 일컬어지는 대구경북이 그의 노리개인가.

다 떠나서 애초 경선 결과에 승복한다고 했던 대로 큰 지도자답게 이후 정권교체 대열에 대승적으로 임했다면 아마도 다음 대선의 주자로 명실상부하게 자리매김했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경선에 패했을 때 보여준 그 깨끗한 승복 및 지지연설, 그리고 이후 자세가 바로 그랬다. 현란하게 치고 빠지고 이리저리 비트는 게 후보교체 노림, 아니면 대구시장 접수 압박용인가. 4선 의원, 경남도지사, 두 차례 당 대표, 대선 후보를 역임한 홍 의원에게는 큰 지도자냐 아니냐만 남아있다. 그게 아니면 국민이 그를 '오불관언'하지 않을까.

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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