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중고차로 독과점? 영세 중고차판매업 줄폐업 우려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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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20 20:29  |  수정 2022-03-20 20:50  |  발행일 2022-03-21
완성차업계 "거래 안정성 제고"…중고차업계 "공급 등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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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서구 이현동에 위치한 중고자동차매매 야외단지인 대구 오토갤러리와 실내단지인 엠월드 전경. 영남일보 DB
완성차 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허용되면서 업계는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7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재한 중고차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서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완성차를 생산하는 대기업이 중고차 매매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심의위 결정으로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여러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중고차 시장 개방에 대한 찬반 논란을 되짚어 보고 향후 전망을 분석해본다.

◆ 소비자 주권 보호 vs 영세업자 도산
생계형 적합업종은 영세업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업종을 의미한다. 영세업자 보호를 위해 대기업이 진출하지 못하도록 진입장벽을 두는 법적 장치가 있었다. 그러나 중고차 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기한은 지난 2019년 이미 만료됐다. 대기업은 중고차 시장의 문을 두드렸고 정부는 3년여 만에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완성차 업계는 중고차 시장의 선진화를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존 중고차 시장은 정보 비대칭으로 소비자 피해가 컸지만, 체계적인 정보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 주권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


현대차·기아 등이 소속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완성차업체들은 중고차 시장 개방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며 "거래 안전성 제고에 따른 시장 규모 확대, 소비자 선택권 확대 등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다. 미국, 일본에서도 완성차 제조사의 시장참여로 여러 성과가 창출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중고차 소비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과반수인 66.0%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성능상태 점검결과를 신뢰성있게 제공할 것 같아서(34.4%)' '허위 미끼매물이 줄어들 것 같아서(33.3%)' 등을 꼽았다.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의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구지역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신차 점유율을 독점 중인 대기업이 중고차를 판매하게 되면, 중고차 매매상에 차량 공급도 제대로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중고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수 있으며, 경쟁에서 밀린 기존 중고차 매매상이 줄줄이 문을 닫게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 마지막 관문 '사업조정' 절차, 상생안 찾을 수 있을까
중고차 시장 개방이 본격화 되기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중고차 연합인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가 올해 1월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 '사업조정'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사업조정은 대기업 등의 사업진출로 중소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경우 신청할 수 있다. 정부는 심의를 거쳐 대기업에게 일정기간 사업 인수·개시·확장을 연기하거나, 판매 품목·시설·수량 등을 축소하도록 권고한다.


완성차 업체와 중고차 연합이 합의안을 마련할 경우 사업조정 절차는 종료된다. 반면 자율조정이 무산되면 사업조정심의회의 결정에 따라 조정을 권고한다. 권고사항이지만 미이행 시 이행명령을 내리거나 사업 개시를 일시 정지시킬 수 있다.


현대차는 판매 대상을 출고 5년·주행거리 10㎞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으로 한다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러나 중고차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양질의 중고차를 독점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양측 의견차를 좁히는데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육식 대구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장은 "대기업 진출로 기존 종사자들이 입어야 하는 피해가 크다.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된 것은 아쉽지만, 사업조정에서는 상생안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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