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불출마 권영진 대구시장 "기회가 되면 다시 정치로 돌아가겠다"

  • 임성수,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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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17 18:34  |  수정 2022-04-18 09:22  |  발행일 2022-04-18 제3면
"정부·정치권보다 시민사회 소통이 더 중요
신산업육성·혁신인재양상 꼭 이어 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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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구시장의 역할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권영진 대구시장이 차기 대구시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소통'을 강조했다. 권 시장은 지난 15일 대구시청 별관 접견실에서 가진 영남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차기 대구시장은 정부나 정치권과의 소통 능력도 필요하겠지만 지역 시민사회와의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재임 기간 추진했던 사업 중 '신산업 육성'과 '혁신인재 양성'만은 꼭 이어가 주기를 바랐다. 그는 "8년 전 섬유와 자동차부품밖에 없었던 대구가 지금은 물·로봇·의료 등 미래산업으로 성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산업구조 혁신은 단기간 내 되는 게 아니다. 적어도 10년, 20년을 꾸준히 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신산업 육성은 차기 시장이 꼭 추진해 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퇴임 후 거취에 대해선 "몸이 편찮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대구에서 살며 시민의 일원으로 대구를 위해 봉사하겠다"면서도 "기회가 되면 다시 정치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혀 윤석열정부에서 어떤 역할이든 맡을 것임을 암시했다.

▶3선 불출마 선언 후 어떻게 지내는지.
"출마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무엇보다 마무리를 잘해야 되니까 우선 대통령직 인수위에 대구지역 공약이 국정과제로 반영되는 것이 중요해 윤석열정부 장관 후보들에게 대구 현안에 대해 설명을 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있다. 또 퇴임을 앞두고 인사할 곳도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불출마 선언) 이전보다 더 바쁜 것 같다."


▶불출마 선언 직전 '건강 이상설'이 나돌았는데.
"건강은 좋다. 아시다시피 최근에 술도 한 잔할 정도로 건강은 문제가 없다. 신천변 등에서의 운동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마음이 편하니까 건강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역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 맞는 것 같다. 모든 것이 마음 먹기에 달려 있어서 마음이 편하면 건강한 것 같다."


▶8년 재임기간 성과를 꼽는다면.
"대구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도전을 정말 마음껏 했고 후회 없이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 했냐고 정리 좀 해달라고 물으면 '3·3·3·6'이라고 답하고 싶다. 첫 번째 '3'은 수십 년간 밀려있던 3대 숙원사업, 즉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대구취수원 이전' '대구시 신청사 건립'의 실마리를 풀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3'은 대구에 3대 SOC(사회간접자본)를 구축한 것이다. '서대구역' '4차 순환도로'는 완성했고 '광주∼대구 달빛고속철도'는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시켰다. 다음 '3'은 3대 역사문화사업을 마무리한 것이다. 국채보상운동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고, 2·28 민주화운동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또 대구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지정됐다. 마지막의 '6'은 6대 신산업 육성이다. 대구가 미래로 가는 재도약의 기틀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야당시절 5년' '코로나 3년'으로 인해 대구의 변화와 혁신에 멈춤이 좀 있었다. 특히 시민사회와의 소통이 막힌 3년간이 가장 아쉽다. 코로나 사태가 없었으면 아마 변화와 혁신의 성과가 시민에게 가시화하고 공유됐을 텐데 그 시간들을 송두리채 코로나에게 빼앗겼다. 시민들이 답답함과 원망, 때로는 분노와 같은 이런 어두운 터널 속에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그래도 초유의 감염병이 창궐했지만 놀라운 시민정신으로 어떤 세계, 어떤 도시보다도 빠른 시간 내에 안정화시킨 것은 대구시민의 자랑이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는다."


▶말 나온 김에 'TK방역'에 대한 총평도 해달라.
"재난의 원인은 규명하되 책임 공방을 벌이면 안 된다. 코로나 초기 대구에서 창궐했을 때 우리 사회는 책임 공방으로 갔다. 대구가 정치적 프레임 전쟁의 희생양이 됐다고 생각한다. 세계가 '대구방역'을 'K방역'이라고 평가했지만 국내적으로는 대구를 폄하하고 저를 조롱하고 마치 대구와 제가 잘못한 것처럼 그렇게 몰아붙였다. 결과적으로 특정 세력은 정치적 이득을 얻었다. 그래서 대구가 재난 시기에 정치적 갈등의 희생양이 됐다.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한 부분은 굉장히 아쉽고 이것은 아마 시간이 지나면 재평가될 것이다. 대구시민, 대구의료진과 함께했던 코로나 극복의 역사 속에 대구시장인 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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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불출마 선언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말도 나오는데.
"조금 아쉬울 때 내려놓고 떠나는 게 옳았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제가 그만두겠다고 하니까 아쉬워들 한다. 그 부분은 고마운 일이기는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와 새 정부가 시작하는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사람이 대구를 맡아서 이끄는 것이 대구를 위한 길이라고 본다. 다음 시장께서 대구시민과 함께 제가 시작했던 변화와 혁신을 향한 담대한 도전을 잘 완성해 주면 대구는 희망의 새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시장이 꼭 되어 줄 것을 이제 떠나가는 시장으로서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지금 시기에 어떤 성향의 후보가 대구시장으로 적합하다고 보나.
"지금은 소통 능력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제 경험을 보면 우선 정부 및 정치권과의 소통 능력도 좋아야 하지만 시민사회와 소통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제가 '소통 시장'으로 시작을 했는데, 코로나 3년 때문에 완전히 봉쇄돼 버린 것이 좀 안타깝다. 다음 시장은 정말 대구를 변화시키고 혁신시키고 또 시민에게 희망을 주려면 시장 혼자가 아니라 시민과 함께 가야 된다. 시민 속에서 인내와 끈기를 갖고 소통할 수 있는 자질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차기 시장이 꼭 이어갔으면 하는 사업이 있다면.
"신산업 육성과 혁신인재 양성은 꼭 이어가 주었으면 좋겠다. 산업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8년 전 취임할 당시 섬유와 자동차부품밖에 없던 대구산업에 물, 로봇, 의료라는 미래 신산업을 만드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산업구조 혁신은 단기간 내 되는 건 아니다. 적어도 10년, 20년을 꾸준히 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다음 시장이 산업구조 혁신을 위한 신산업 육성과 이것을 이끌고 갈 수 있는 좋은 인재를 키워내는 부분들은 꼭 이어가 줬으면 좋겠다."


▶과거 홍의락 경제부시장 기용을 놓고 아직도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홍 전 의원을 부시장으로 영입해 정치적으로는 제가 많은 손해를 봤다. 지지층이 저를 비판하고 섭섭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는 초유의 감염병이 대구에서 일어났고 대구의 힘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 네편, 내편이 너무나 분명한 정부 하에서 야당 시장으로서 감염병 위기를 극복하고 대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문재인)정부와 대구시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협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 때는 절박한 마음으로 선택을 한 것이다. 만약 다시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그 선택을 다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후회하지는 않는다."


▶퇴임 후 계획은.
"편찮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대구에 살면서 못다한 효도도 하고 또 시민의 일원으로서 대구를 위해 봉사를 하면서 살아갈 생각이다. 병원과 주간보호센터가 가까운 집을 구하는 중이다. 그렇게 재충전의 시간이 지나고 기회가 되면 다시 정치로 돌아갈 생각이다. 제가 봉사하고 그러다 보면 또 저한테 새로운 소명이 주어지지 않겠나 싶다. 세상이, 국민들께서 제게 새로운 소명과 역할을 주시리라고 본다."


▶윤석열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소통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본다. 과거의 대통령들이 구중궁궐이라는 청와대에 너무 갇혀 살아 가면서 민심을 잘 읽지 못해 실패한 대통령으로 낙인 찍혔다. 그런 면에서 청와대를 떠나는 용산시대를 여는 대통령은 장소적 개념의 변화가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의 변화가 있는 대통령이 될 것으로 믿는다."


▶마지막으로 대구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음 시장이 누가 되든 시장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대구의 어려운 문제들이 해결되고, 그래서 대구가 청년들에게 좀 희망이 있는 도시를 만들어가는 데 시민들께서 지혜와 힘과 용기를 발휘해 주실 것을 당부드리고 싶다.
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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