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행복한 나라는 누가 만드는가

  •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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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02   |  발행일 2022-05-02 제26면   |  수정 2022-05-02 07:09
북유럽 행복지수 최상위권
국민이 행복한 진짜 비결은
소박한 삶에 만족하는 태도
물질적 행복 추구하는 한국
부유해도 국민 행복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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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국가가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가? 아니면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가? UN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올해 발표한 '2022 세계 행복보고서'에 의하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핀란드다. 덴마크(2위), 아이슬란드(3위), 스웨덴(7위), 노르웨이(8위) 등 북유럽 국가들이 뒤를 이었다. UN의 행복보고서는 국내총생산(GDP), 사회적 지원, 평균수명, 삶의 선택의 자유, 관용,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 등 6개 항목을 바탕으로 국가별 행복지수를 산출한다.

핀란드나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의 행복지수가 높은 데에는 국가의 역할이 크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큰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잘 짜인 복지제도, 높은 민주적 자질을 갖춘 정부 등이 행복한 나라를 만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정부패 없는 공정한 사회, 서로 신뢰하는 문화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 나라는 내가 낸 세금이 좋은 곳에 쓰일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으며, 정부 또한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 북유럽 국가에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인 신뢰가 두텁게 쌓여 있다.

스웨덴은 전 세계에서 국민 행복지수와 반부패지수가 최상위다. 스웨덴 총리를 23년간이나 지낸 '타게 엘란데르'는 총리시절에도 20년이 넘는 외투를 입었다. 총리 관저 대신 임대 주택에 월세를 내고 살았으며, 출퇴근도 관용차 대신 부인이 직접 운전하는 차를 이용했다. 퇴임 후에는 집이 없어 당원들이 시골에 집을 마련해 주었는데 지지자보다 반대자들이 더 많이 찾았다.

그러나 북유럽 국민들이 행복한 진짜 비결은 부유한 국가와 훌륭한 지도자의 존재가 아니라 국민들의 삶에 대한 태도에서 찾아야 한다. 북유럽 국민들은 욕심 없이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다. 어둑어둑한 저녁에 촛불을 켜고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따끈한 차를 마시는 평온함을 뜻하는 덴마크의 '휘게(hygge)',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고, 딱 적당한 양이라는 뜻으로 지금 가진 것이면 족하다는 소박한 삶의 자세를 의미하는 스웨덴의 '라검(lagom)'이 이들의 행복의 큰 원천이다.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는 2013년 41위에서 2022년 59위로 떨어졌다. 한국은 세계 경제 규모와 GDP 규모에서 세계 10위다. 그렇지만 UN의 행복도 조사에 따르면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세계 50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2021년 11월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17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인생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질적 행복(material well-being)'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유일한 나라였다.

'2022 세계 행복보고서' 연구를 총괄한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교수는 '사회적 지원, 서로에 대한 포용력, 정직한 정부'가 국민 행복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라는 부유한데도 국민들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뜻한다. 타인에 대한 신뢰와 사회적 응집력 및 공공선에 대한 추구를 중요시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GDP 대비 복지비 예산을 얼마나 많이 썼느냐가 아니라 어떤 항목을 누구에게 써야 하느냐를 고민하는 정부를 가져야 한다. 부정부패 없는 공정한 사회, 지도자가 특권의식 없이 솔선수범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많은 소득을 염원하는 물질적 행복 추구에서 벗어나는 국민들이 많아져야 한다. 자신의 삶이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적어져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더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다.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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