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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호 대구문학관장은 "문학은 삶의 현장과 가까워야 한다"면서 "앞으로 문인과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구문학의 거점 역할을 하는 문학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하청호 대구문학관 신임관장이 취임 한 달을 맞았다. 지난달 1일 취임해 벌써부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날, 질문지를 사전에 보내지도 않았는데 그는 미리 준비한 답변지를 가지고 자리에 앉았다. 답변지는 A4용지 3~4장 분량이었다. 일목요연했고, 순서와 질서가 있어 보였다. 그것은 문학관에 대한 그의 애정과 관심처럼 보였다. 임기 동안 스스로 지키려는 약속을 공증하는 서약서이기도 했다.
▶3대 대구문학관 관장으로 취임했다. 소감은.
"1972년 신춘문예에 당선돼 문단에 몸 담은 지 50년째다. 적지 않은 나이인 만큼 대구문학의 발전을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할 기회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 문단에서 활동한 50년 경험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선후배 문인들과 소통하고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 사랑받는 문학관을 만들겠다."
▶문학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학관 개관전부터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2013년 개관에 앞서 콘텐츠구축사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공간 구성부터 전시, 도서 구입까지 문학관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을 줬다. 개관 이후에는 운영위원장을 3차례 역임하며 다양한 자문을 하기도 했다. 관장이 되기 전부터 문학관에 대한 전반적인 현황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특히 대구문학관 1호 도서기증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200여 권에 달하는 귀중본을 기탁했다. 오랫동안 키워온 애정을 바탕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대구문학관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도심에 있어 접근성이 매우 좋다. 또 전국 문학관 중 내방객이 가장 많고, 소장 자료도 방대하다. 무엇보다 희귀도서가 많다. 대구 출신 아동문학가 윤복진이 지은 시에 역시 대구 출신 작곡가인 박태준이 음을 붙이고 이인성이 표지를 판화로 장식한 동요곡집 '물새발자욱'이 대표적이다. 자체 역량은 충분하다. 특히 문학관이 들어선 향촌동은 6·25전쟁 당시 피란문인들의 삶의 현장이었고, 한국문단과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다. 시인 구상을 비롯해 조지훈, 최인욱, 박두진, 박목월, 마해송, 정비석 등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이곳에서 펜을 들고 전선문학을 꽃피웠다. 당시 그들이 드나들었던 다방과 술집들이 지금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체취가 그대로 남아있다. 전국적으로 이만큼 역사성과 상징성을 갖춘 곳도 드물다. 선배 문인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며 문학을 향유할 수 있는 곳이다."
"문학관 접근·역사·상징성 모두 갖춰
전국 문학관 중 내방객이 가장 많고
희귀도서 등 소장 자료도 매우 방대
주변 역사성 있는 인프라 활용하면
향촌동 일원이 하나의 문학관 될 것
문학관은 행정하는 기관이 아니다
독자와 함께하는 문학의 집이 돼야
젊은 작가와의 소통도 문학관 역할
부족한 예산은 공모사업 통해 확보
문학단체 연계 다양한 특별전 마련
시민과의 간극 콘텐츠로 메우겠다"
▶대구문학관의 공간협소 문제(영남일보 4월4일자 보도)도 풀어야 할 과제다.
"문학관은 대구문학의 거점공간이 되어야 한다. 공간이 협소하고 열악한 부분이 많은 것은 인지하고 있다. 현재 대구시의 예산을 확보해 4층 공간을 리모델링 중이다. 오는 9월이면 쾌적하고 유용한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3층은 내년에 예산을 확보해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협소하지만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알차게 구성하겠다. 장기적으로는 주변의 건물을 매입해 '별관'을 짓는 방향을 모색 중이다. 문학관이 있는 지금의 자리는 역사성과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은 염두해 두지 않고 있다. 동시에 옛 대지바 건물에 들어서는 한국전선문화관과 대구시가 매입한 대구 최초의 민족자본 백화점 무영당 건물과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역사성이 있는 주변 인프라를 활용하면 향촌동 일원이 하나의 문학관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운영 예산도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부족한 예산은 공모사업을 통해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에도 다양한 공모사업을 통해 일부 예산을 확보했다. 또 서울 은평구에 세워지는 국립한국문학관이 2024년 완공된다. 한국문학관이 제 모습을 갖추면 전국에 거점문학관을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문학관이 거점문학관으로 지정되면 정부 차원의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고, 공간협소 문제도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문학관은 행정을 하는 기관이 아니다. 문학은 삶의 현장과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술관은 관람하고 감상하는 곳이지만 문학관은 그렇지 않다. 독자와 함께 숨쉬는 '문학의 집'이 되어야 한다. 문학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담론을 만들어가는 소통의 장이 문학관이다. 독서 역시 작가가 살아온 과정과 삶의 이력을 생각하며 읽는 '상상적 독서'가 되어야 한다. 그런 토대를 제공해주는 문학관을 만들겠다. 또 대구 근대문학과 문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문학여행 프로그램인 문학로드를 골목투어와 연계해 내실있게 운영할 계획이다. 지역의 문학단체와도 소통하고 협력해 다양한 특별전을 마련하겠다. 세대와 장르를 아우를 수 있는 개방된 공간으로 조성하겠다. 개관한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대구문학관은 아직 대구시민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감도 있다. 시민들과의 간극은 콘텐츠의 힘으로 메우겠다. 문인과 시민들의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 지금 문학관에는 역량 있는 문화기획자가 많다. 그들과 머리를 맞대어 시민과 문인들에게 사랑받는 문학관이 되도록 하겠다."
▶지역의 젊은 작가와의 소통도 중요하다. 문학관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들어 문단이 고령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단체에 가봐도 젊은 작가들을 만나기 힘들다. 젊은 작가들은 기성에 저항하면서 발전하는 세대다. 작품세계가 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성세대와 융화가 잘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히 대구 곳곳에 열리는 창작교실에 가보면 문청들이 제법 있다. 문학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선후배 간의 치열한 담론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만 대구의 문학도 발전할 수 있다. 대구문학관 상주작가를 통해 젊은 작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들 문학적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 젊은 작가와 소통하고 그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문학관의 역할이라고 본다."
▶자라나는 세대들을 위한 '문학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매우 공감하는 부분이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을 위한 백일장이 많이 사라졌다. 백일장은 문학의 가장 근본이 되는 시스템이다. 뿌리이고 근간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물론 일선 학교에서도 백일장을 예전만큼 열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라나는 세대들을 위한 글쓰기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 학교 문예반도 예전 같지 않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대구시교육감에게도 건의했다.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문학적 토대를 만들어 주는 문학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인터뷰 말미에 하 관장은 '문학관은 독자와 함께 숨 쉬는 문학의 집'이 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제든지 편하게 문학관에 찾아와달라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그가 그리는 문학관은 특정인물을 기리거나 자료를 보관하고 문학관련 행사를 하는 곳이 아닌 듯했다. 말 그대로 문학관 (文學館)의 한자 '館'이 뜻하는 '집'의 의미로 보였다.
글·사진=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하청호 관장은
경북 영천에서 태어났다. 시인이자 아동문학가로 1972년 매일신문과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197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빛과 잠' 외 22권의 동시·동화집과 '다비 노을' 외 3권의 시집, '그 많은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외 3권의 산문집을 냈다. 세종아동문학상(1976), 대한민국문학상(1989), 박홍근아동문학상(1989), 방정환문학상(1991), 윤석중문학상(2006), 대구시문화상(2005), 대한민국예술문화상(2022) 등을 수상했다. 한국아동문인협회 부회장, 대구아동문학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한국동시문학회 및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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