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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범어동 빌딩 화재 부상자들이 이송돼 온 대구시내 한 병원 응급실. |
9일 오전 대구법원 인근 사무실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으로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된 시민이 긴박한 구조 상황을 전했다.
3층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변호사 A씨는 "법원 재판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나서려고 하던 중 밖에서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고성이 한 두번씩 들려왔다. 그러다 '펑'하는 폭발음이 들렸는데 화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고 했다.
A씨는 "아래층에서 유리를 깨뜨린 것으로 추측했는데 복도로 나오자 연기가 밑에서 확 올라오기 시작했다. 완전히 숨을 못 쉬겠어서 사무실로 다시 들어가 직원들에게 불이 났다고 알렸다. 그 뒤로 건물을 빠져나가야겠다 싶어 엘레베이터를 타려니 작동하지 않았고, 일단 4층으로 올라갔다"고 했다.
이어 "5층 올라가는 계단을 연기로 깜깜해 전혀 올라갈 수 없었고, 4층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어 그곳으로 들어갔다"라며 "하나 둘 4층 사무실로 들어왔고 총 12명이 함께 구조를 기다렸다. 우선은 옆 건물 사무실에 있는 지인들에게 층수, 호실을 알려서 소방관들이 구조하러 올 수 있게 도움을 청했다"고 했다.
또 "사무실에 있는 마스크를 이중으로 끼고, 물티슈를 코에 대서 응급 조치를 했으며, 책이나 여러가지 물건으로 문틈을 막았다. 그럼에도 연기가 계속 들어와 속이 너무 답답했고 소방관이 빨리 오기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라며 "소방관이 도착하기 시작했고 한 명씩 산소마스크를 쓸 수 있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다행히 4층 사무실(402호)에 있던 12명은 모두 구조가 됐다. 또 2층 사무실엔 변호사 사무실이 4~5개쯤 됐으며 법무사 사무실도 있었으며, 대략 20~30명이 사무실에 근무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2층 변호사를 다 알고 지냈는데 밖에 나와서야 방화 사건인 줄 알게 됐다. 허망하고 놀란 마음을 추스리고 있다"라며 "2층 변호사들과 오며 가며 알고 지냈는데, 변협회장이 말하기론 그 중 1명이 전화를 계속 안 받는다고 들었다"며 우려했다.
글·사진=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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