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암 등 아픔을 딛고 오뚜기 같이 일어선 한길수씨

  • 문순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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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7   |  발행일 2022-06-29 제12면   |  수정 2022-06-2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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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사업 실패 등 끊임없는 시련에도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한길수씨.

파란만장한 인생길을 걸어오면서 오뚜기 같이 살아남은 한길수(76, 대구 남구 대명11동)씨.
그는 공군에서 30여 년 근무하고 원사로 퇴직했다. 군 생활을 할 때 간염 진단을 받고 국군통합병원에 6개월을 입원했지만, 호전이 되지 않아 군 생활을 마무리했다.


한씨는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어 고향 성주에 자리를 잡고 농사를 지었다. 대형하우스 25동을 짓고 가지, 오이, 참외, 상추, 부추 등 특용작물을 재배하였다.


1993년부터 1997년까지 대대적으로 농사를 지었다. 매년 풍작이 되어도 남는 것은 몸과 마음이 힘들 뿐이었다. 풍년이면 소비자들은 좋지만, 농부들은 상품 가격이 하락해서 인건비 충당이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오이 한 상자에 만 원 하던 것이 단돈 천 원으로 곤두박질을 하면서 농장 경영이 힘들어져 결국 1997년 12월에 부도가 났다.


한씨는 부도 후 바깥으로 내몰리는 생활을 하면서 몸을 돌보지 못해 2003년 3월에 '대장암' 판정을 받고 수술했다. 몸이 조금씩 회복되자 남을 즐겁게 해주고 자신도 즐거울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 돕기 날개 달기 운동본부 홍보대사로 활동했고, 대구 신천 상동교 밑 무료급식 봉사와 달성공원 무료급식에도 참여했다. 청소년단체와 시각장애인 단체에서도 새벽부터 밤까지 정신없이 몸을 혹사하면서 봉사했다. 평소에 익혀둔 색소폰 연주와 하모니카, 난타, 마술, 경기민요 등으로 재능기부를 했다. 자신이 가진 끼를 전하는 데 최선을 다한 삶을 살았다고 하였다. 2004년부터 2012년 무려 1만 4천 시간 봉사했다.


열심히 살아가던 그에게 끊임없이 시련이 찾아왔다. 2013년에 간암 수술을 하였고, 2015년에는 간암이 재발하여 재수술하였다. 2018년 췌장암 판정을 받고,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2022년 1월에는 당뇨 합병증 진단을 받고, 살아가는 중이다. 현재 몸무게가 44kg으로 야위었지만, 홀로서기를 하면서 대체의학으로 치유 중이다.


한씨는 평소 목욕을 즐기는데 동네 목욕탕에서 만난 조용득(65, 대구 남구 대명동)씨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씨는 목욕하면서 알게 된 이웃사촌이지만 손수 지은 농작물을 골고루 매주 집에 가져다주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도시에는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는 게 현실인데 매일 위로와 용기를 주는 안부 전화와 쑥뜸을 해 준다"라면서 조씨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가 버티고 있는 것은 아내의 보살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한씨는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정신력이 대단하다. 복지관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투병 생활에서 얻은 경험담을 들려주는 것을 보람된 일로 생각하고 강의를 해 주고 있다. 자신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체험담을 들려주고 있다.


한씨는 '암을 물로 극복했다'라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많은 아픈 사람에게 희망의 실마리를 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글=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사진=한길수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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