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사로잡는 무한 매력…스크린-브라운관 올해도 여성 서사물 열풍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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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30 07:15  |  수정 2022-06-30 07:33  |  발행일 2022-06-30 제15면
남다른 존재감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압도하는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에 이목이 집중된다. 여성 서사 열풍을 이끌었던 일련의 작품들이 한때의 반짝 열풍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어질 기조와 흐름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부여된다. 흥미로운 건 코로나19 이후 등장한 여성 중심 서사 작품들이 오랫동안 타자화되거나 간과되었던 여성의 사적인 삶을 조명했다면, 장르적 확장이 두드러진 최근의 작품들에선 남성이 주도했던 역할까지 대신하며 이야기의 중심에 섰다는 점이다. 그런 그들이 궁금했다.

'오수재' 서현진, 성공 좇는 만능형 인간 변신
선과 악을 넘나드는 캐릭터로 브라운관 압도
거짓 삶 사는 '안나' 수지도 공감·몰입 이끌어
'마녀2' 신시아·'최종병기 앨리스' 박세완 등
하드코어 액션 무장 강렬한 여전사 계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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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수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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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살기 위해 더 독하게

최근 공개된 영화와 드라마의 면면을 살펴보면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관심사와 장르는 제각각이지만 대중이 여성에 기대하거나 바라는 바가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서현진의 카리스마가 돋보인 SBS '왜 오수재인가'는 완벽한 성공을 꿈꿨지만 잘못된 선택과 뜻밖의 사건으로 인생의 방향이 틀어져 버린 오수재의 일과 사랑을 다룬다. 서현진이 분한 오수재는 살기 위해, 가장 위에서, 더 독하게 성공을 좇는 인물이다. 온갖 시련을 겪으며 복수 외길을 향해 꿋꿋하게 나아가는 만능형 주인공이라는 뻔한 설정의 이야기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남성이 지고지순한 내조를 하는, 성 역할 반전형 구도를 취한다. 그 중심에서 서현진은 차가운 얼굴과 공허한 내면, 그리고 처절한 슬픔과 서늘한 독기를 진폭 큰 연기로 풀어내며 오직 그였기에 가능했던 캐릭터를 완성한다. 서현진은 "오수재는 직설적이고, 남에게 기대려고 하지 않는 독립적인 여자"라며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선인'과 '악인' 사이에 놓인 인물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도 흥미로운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다.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소재와 접목했다. 이름, 가족, 학력, 과거 등 모든 것을 거짓말로 쌓아 올린 가짜 삶을 살아가는 안나는 매 순간 위태롭고 복잡다단한 심리 변화를 겪는다. 잘하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한 현실과 이상의 높은 괴리감을 절감한 그였기에 이를 묵묵히 감내한다. 배우 수지가 안나 역을 맡아 인물에 대한 공감과 몰입감을 끌어냈다. 평범한 삶조차 버거운 유미에서, 화려한 삶을 누리는 안나가 되기까지 진실과 허구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시종 긴장감과 공감을 선사한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머릿속에 존재하는 세포들이 마음과 행동을 움직인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색다른 시도와 이성부터 감성, 사랑, 식욕까지 다채로운 세포들의 시점으로 디테일한 감정선을 유쾌하게 담았다. 시즌2로 찾아온 '유미의 세포들'은 사건 중심의 스토리가 아닌, 유미의 일상적인 하루를 화두로 삼는다. 유미를 연기한 김고은은 "유미의 사랑과 성장이 주된 내용이 되긴 하지만, 모든 인물이 각자의 삶을 살고, 그 안에서 성장도 하고, 사랑도 하고, 미워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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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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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
◆강렬한 여전사들과의 조우

다채로운 매력으로 무장한 하드코어 액션의 주인공으로 낙점된 그들의 면면도 눈길을 끈다. '소녀'를 강력한 초월적 존재로 설정한 영화 '마녀'의 후속작 '마녀2'는 확장된 세계관만큼이나 액션의 강도는 전편보다 훨씬 강하고 빠르고 커졌다. 텐트 폴 영화의 주인공으로 신인을 기용한 과감한 시도도 이어져 1408:1의 경쟁률을 뚫고 신시아가 발탁됐다. 그는 실험체로 평생을 지내다 세상 밖으로 나온 소녀 역을 맡아 아이 같은 순수함과 파괴적인 본성을 동시에 지닌 야누스적인 매력을 유감없이 발산했다. "표정 변화가 크지 않고 눈빛만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는 신시아는 "거울과 셀프 카메라로 소녀만의 표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왓챠의 '최종병기 앨리스' 역시 킬러라는 정체를 숨겨야 하는 고등학생 겨울(박세완)이 주인공이다.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일반 학교로 전학 온 겨울은 국제적인 킬러 집단에서 앨리스라는 이름으로 육성된 최고의 인간 병기이다. 킬러이자 평범한 고등학생이라는 캐릭터 설정을 베이스로 OTT 콘텐츠만이 선사할 수 있는 장점들을 모두 활용해 하드코어 액션 장르의 특성과 매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넷플릭스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에는 개성 강한 여성 캐릭터들이 존재감을 뽐내는 가운데,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남한에 온 도쿄 역의 전종서에 유독 시선이 모아진다. 그는 "리메이크 버전의 도쿄는 차분하고 정돈되어 있고 이성적이다. 도쿄가 중심이 돼 (이야기의) 무게를 잡고 갈 수 있는 장치로 작용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출연 소감을 전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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