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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
런던 영국박물관에 '엘긴 마블'이라는 고대 그리스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 조각품은 오스만제국 주재 영국대사였던 엘긴 백작이 1801년에서 1812년까지 아테네의 파르테논신전 등 몇몇 신전에서 떼어 온 것들이다. 이것을 떼어올 때 아테네는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엘긴 백작은 당국의 허가를 받아 반출했다고 하지만 그 말에 신빙성이 없어 보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 조각품들을 반환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만약 영국박물관이 반환한다면 다른 유물들도 돌려줘야 하므로 남을 유물이 거의 없을 것이다.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디지털고고학연구소의 로저 미철 소장은 최근에 이 조각품 중 말 머리 하나와 전쟁 장면이 담겨 있는 벽면 하나를 복제해 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 3월에 그는 그 유물들을 스캔하려고 그 박물관에 허가를 신청하였으나 거절당했다. 이번에 그들은 경비가 지켜보는 가운데 라이더 센서와 사진측량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최신식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유물들의 3차원 이미지를 떠냈다. 이 자료를 로봇에 입력하니 로봇은 1밀리의 오차도 없이 조각품을 복제해 냈다. 그들은 8월에 런던에서 복제품 전시회도 열겠다고 한다. 과거에 이 유물들의 때를 벗기기 위해 철사 솔을 써서 상처를 입혔는데 그것도 말끔히 원상태로 복원하고, 설화석고의 색상까지도 그대로 살린다고 하니 진품보다 더 정확한 복제품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말이 많다. 미철 소장은 영국박물관의 그리스 유물은 복제를 다 한 뒤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비추니 영국박물관이 물론 마뜩잖게 여긴다. 2천500년 전 진품을 보고 전율을 느끼지 누가 로봇이 만든 복제품을 보고 전율을 느끼겠나 하면서.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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