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잘되는 회사, 잘 안되는 회사

  • 하상수 공인회계사·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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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0 07:37  |  수정 2022-11-10 07:41  |  발행일 2022-11-10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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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수 (공인회계사·세무사)

#잘되는 회사

30여 년 전 부산에 있는 한 신발 제조회사에 감사업무 차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감사실에 해당 회사 전무이사가 와서 회사를 소개한 뒤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일과가 끝난 뒤 밤늦게 폭우가 내렸다. 회사 걱정이 돼 퇴근은 했지만, 다시 출근해 공장을 둘러보던 중 한 회사 직원이 혼자 나와 비를 쫄딱 맞으면서 공장 옆에 쌓아둔 원재료와 제품을 비 맞지 않도록 천막으로 덮고 있는 광경을 봤다. 그 직원과 함께 천막을 마저 덮고 일을 마무리한 뒤 이사회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 그러자 이사들이 '그렇게 애사심이 깊은 사원이 있다는 건 회사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면서 보상 차원에서 이사로 승진시켰다"고 했다.

#잘 안되는 회사

오래전 저녁, 한 제조회사 사장과의 회식 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그 회사는 일본에 자매회사가 있어 일본 기술자 몇 명이 한국에서 순환 근무를 하는데, 한번은 사장이 파견 기간이 만료된 한 일본 기술자에게 "한국의 우리 회사에서 겪은 일 중 느낀 소감을 말해달라"고 하자 그 일본인 기술자가 "잠시 시간을 달라"며 동료 일본인 기술자와 함께 밖에 나가더니 다시 들어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조금은 부담이 된다. 하지만 회사를 위해 진심으로 고언을 드린다. 이 회사 직원 중 한 명은 다른 직원보다 성실하지도 않은데 늘 회사에 대해 불평불만을 이야기하더라. 그런데 이해 못 할 것은 그 직원이 다른 동료직원보다 연봉이 많더라"고 하면서 "잘되는 회사는 사람을 잘 쓴다"고 고언을 하더란다.

#회사에 대한 생각의 차이

미국에 있는 한 철도회사 이야기다. 철도회사 사장이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철도 침목 공사를 하는 곳에 갔다. 마침 침목 교체 공사가 한창인데, 사장의 친구가 그 일을 하고 있었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사장 친구가 "나는 이 일이 힘이 들어도 내 가족을 위해 한다네"라고 하자 사장은 "아, 그런가. 자네는 자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을 하지만, 나는 이 회사를 위해 일을 한다네"라고 했단다.

회사가 계속해 큰 기업으로 성장하고 존립하기 위해선 풍부한 자본과 유능하고 성실한 근로자, 우수하고 질 좋은 제품 등 세 가지가 기본 요소다. 이 중 하나라도 삐걱거린다면 더 이상 좋은 회사로 발돋움하기 어렵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회사 중 가장 바람직한 회사는 가장 앞서 소개한 회사다. 유능하고 성실하고, 애사심이 깊은 사원이 많은 회사가 좋은 회사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말이다. "국가의 발전이 유능한 지도자에게 달려 있다면 기업의 발전은 유능한 경영자에게 달려 있다. 내 일생의 80%는 인재를 찾아 교육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하상수 (공인회계사·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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