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유배지라도 보내면 좋겠다

  • 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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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9  |  수정 2022-11-09 06:42  |  발행일 2022-11-09 제27면

[영남시론] 유배지라도 보내면 좋겠다
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해명이라도 납득할 수 있게 해주었으면, 그 이유와 과정이라도 속 시원히 들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같은 날인 10월29일, 오전 8시27분경 충북 괴산에서 규모 4.1의 지진이 발생한 사실은 28초 만에 전 국민의 휴대전화로 긴급재난문자를 보낸 우리나라가 아닌가. 스마트폰으로 카톡으로 언제 어디서나 소통하고 있지 않은가. 시내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고 실시간 상황을 볼 수 있고 정보를 판단하고 대처하는 전담부서도 있지 않은가. 올해 처음 행사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공직자도 대부분이 단톡을 하지 않는가.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아예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져 모든 통신수단이 두절됐다면 차라리 원망 대상이라도 분명하여 억울함이 덜했을 것 같다. 이런 일이 누구 때문에 일어났는가. 국민의 안전은 누가 맡고 있는가. 정부는 왜 존재하는가. 장관은, 차관은 무엇을 하기 위해 있는가. 지방자치단체는 무엇을 하는 기관인가. 국무총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핼러윈이 다가오기 전에 시간별 장소별 내외국인 참여 인원을 예상하고 인파가 마음껏 이태원에서 즐길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마련하여 빈틈없이 시행해야 함이 행정공직자의 당연한 책무가 아닌가. 119에 "숨이 차다"는 신고 전화를 하기 전에 말이다.

그런데 책임 있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더구나 참사 후에도 "경찰과 소방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가 아니라 "~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는 말을 했다. 전자라고 해도 무지 무능에다 강압적이고 방관자적인 자세가 큰 문제이지만, 후자의 말은 이만저만 문제 있는 말이 아니다. 의식도 없고 개념도 없고 솔직하지도 않고 멍청하기 짝이 없고, 사태 파악 능력은 제로인 상태이다. 그래서 전직 판사까지 들먹이게 되는 것이다.

어쩌다 됐는지, 행정안전부 장관 등은 민(民)이 주(主)가 되는 민주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관점(觀點)은 민(民)에 있지 않은 것 같다. 초점을 민(民)에 두었다면 이런 참사가 일어났겠는가. 진정성도 없다. 오만하다. 특권 의식 같은 걸 가졌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공직에는 절대 맞지 않는다. 그들이 그러하니 그 아래 공직자들의 자세도 해이해진 게 아니겠는가 싶다. 그래서 이번 일은 그들이 아닌 경찰이나 소방과 같은 공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미봉의 문제는 아니다. 통하지도 않을 것이다. 공무원 기강해이, 직무유기라는 말도 그들에게 귀결된다. 곧 행정안전부 장관은 물론 총리의 문제인 것이다. 총리라는 공직에서 퇴직한 뒤 로펌에서 사적으로 호의호식하던 사람을 무슨 연유인지 다시 불러들인 것 자체가 납득이 안 되는 처사였다. 오라고 해서 오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한번 흘러간 물이 다시 국정이란 공적인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나. 이번 참사의 처리는 사표를 받는 선도 아니다. 검찰 출신이 많으므로 이들을 수사대상에도 올려야 한다. 유배지라도 보내면 좋겠다.

그리고 전 국민이 직접 뽑아 최고의 권력을 부여한 사람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떤 책임이 있는가. 현 내각의 상당수는 수준 미달이 아니라 자격 미달이다. 먼저 마속(馬謖)들은 모두 참해야 한다. "이게 나라냐" "이게 정부냐"라는 울분이 가득하다. 이 좋은 나라에 들어선 정부가 이렇게까지 분노하게 만드나. 한번 헝클어지면 일렁이는 바람에도 무너진다!
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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