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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운 문화부장 |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방영채널인 윤용필 ENA 대표를 최근 만난 적이 있다. 지난달 17일 안동에서 열린 '글로벌 K-스토리 프리 페스티벌'에서다. 페스티벌 프로그램 중 하나인 'K-스토리 콘퍼런스'에서 필자는 윤 대표와 함께 토론에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윤 대표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문지원 작가 사례를 들며 정부 차원의 젊은 크리에이터 양성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표에 따르면 문 작가는 유명해지기 전에 힘든 예비작가 시절을 거쳤다고 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힘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의 작가 육성 프로그램이었다. 문 작가는 이 프로그램에 선정돼 창작지원금으로 매달 1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윤 대표는 큰돈은 아니지만 문 작가가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었다고 전했다.
문 작가가 선정된 육성 프로그램은 콘진의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이다. 2012년부터 시작된 콘진의 대표적인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멘티로 선정되면 멘토의 1대 1 도제식 멘토링을 지원받는다. 일정액의 창작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문 작가는 2013년 멘티로 선정돼 이 사업의 도움을 받은 뒤 영화 '증인'의 각본으로 제5회 롯데시나리오공모대전 대상을 받았다. 이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성공하며 히트 작가 반열에 들어섰다. 문 작가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창의인재동반사업을 통해 얻은 경험과 지식이 지금까지 큰 도움이 될 만큼 유익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역 예비작가 발굴을 위해 대기업 자본을 경북에 유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CJ ENM의 신인 창작자 발굴·육성 프로젝트인 '오펜'을 꼽았다. 오펜은 드라마·영화 창작 생태계 활성화와 신인 작가의 데뷔를 지원하는 CJ ENM의 신인 창작자 발굴·육성 프로젝트다. 매년 50여 명의 창작자를 선발하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과정·시스템 등을 지원한다. 창작지원금은 물론 개인 집필실까지 마련해 준다. 성과도 크다. 오펜 출신 작가들이 집필한 IP가 히트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첫 방송 2회 만에 수도권 최고 시청률 11.8%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tvN '슈룹'과 지난달 26일 공개된 디즈니+ '형사록'을 포함해 '갯마을 차차차' '블랙독' 등이 모두 오펜 출신 작가들의 작품이다.
콘텐츠 산업이 부상하면서 제2의 문지원을 꿈꾸는 예비작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주위 환경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글만 쓸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직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어떻게 작품을 써야 하는지 배우고 싶어도 물어볼 멘토가 없다. 기관의 육성 프로그램이 다수 있지만, 여전히 모든 예비작가의 니즈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대구·경북도 마찬가지다. 아니, 더 심각하다.
콘텐츠는 좋은 이야기와 완성도 높은 원작이 근간이다. 플랫폼이 우수하고 유명 배우가 출연하더라도 이야기가 부실하면 성공할 수 없다. 그 이야기는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다. 젊은 크리에이터 양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늘어나야 하는 이유다. 대기업 자본을 지역에 유치해 지역 인재를 육성하는 데 지자체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토론회에서 윤 대표가 '정부의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백승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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