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웃기고 있네' 메모…대통령실 참모의 한심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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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0  |  수정 2022-11-10 06:43  |  발행일 2022-11-10 제23면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웃기고 있네'란 참모진의 메모가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다. 한 야당 국회의원의 질의 도중에서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모독'이라며 즉각 반발했고, 국감은 정회 선포, 해당 참모 퇴장 등으로 파행 운영됐다. 당사자로 지목된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사적 대화 도중 나온 얘기"라면서도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듯하다.

참으로 기막히고 어이가 없다. 이태원 참사로 국민적 슬픔과 분노 속에 진실규명의 자리가 돼야 할 국정감사장에서 어떻게 이런 저급한 표현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당사자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국감장에서 사적 대화를 나눌 만큼 여유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김 수석은 국회의원을 지냈고, 경기도지사 선거를 치른 정치인이다. 국민 분노를 가라앉히고 아픔을 어루만져야 할 대통령실 참모로서 현실 인식이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나. 한 여당 정치인은 "들킨 게 잘못"이라고도 했다. 앞서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대통령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의 언론 노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집권 세력의 언행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윤석열 정부에 있어 지금이 어떤 시국인가. 야당 의원들은 정권 실정 비판을 넘어 세월호 사태에 빗대 정권 퇴출까지 염두에 두고 총공세를 벌이고 있지 않나.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바닥권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일부 여당 의원이나 각료, 대통령실 참모의 최근 행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에게 상처가 되는 가벼운 언행이 때로 정책 실패보다 정권에 더 부담되고 아픈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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