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우리 안의 칸막이

  • 홍원화 경북대 총장
  • |
  • 입력 2022-11-15  |  수정 2022-11-15 06:48  |  발행일 2022-11-15 제23면

[CEO 칼럼] 우리 안의 칸막이
홍원화 경북대 총장

지난 4일 국회에서 '대학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국가재정 전략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현행 대학정원이 유지될 경우 20년 뒤 입학인원은 지금보다 31만명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향후 10년이 대학 혁신의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며 대학의 위기를 강조했다.

지난 6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2' 자료에 의하면, 고등교육 1인당 공교육비 중 공공재원 비율은 38.3%에 불과하고 나머지 61.7%를 민간재원이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38개국 중 32위이다. OECD 국가들의 공교육비 구성에서 공공재원 비중은 평균 66%로서 한국과는 반대이다.

한국의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4천323달러이지만 1인당 초·중등교육 공교육비는 1만3천749달러이다. 한국의 초·중등학생 1인당 공교육비 중 공공재원 비중은 OECD에서 4위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교육 경쟁력 하락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면서 한국의 대학순위가 낮은 사실에만 주목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대학의 위기는 대학만의 위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방의 위기이자 대한민국의 위기이다. 지금 한국의 고등교육정책은 이정표를 잃어버린 상황이다. 이전부터 여러 대안이 제시되어 왔고 논의되어 왔다. 고등교육 재정확충에서부터 국립대 무상교육론, 10개의 지역거점국립대학교를 모두 서울대로 바꾸는 안 등 획기적인 안들까지 제안됐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딱히 바뀐 것이 없다. 교육부, 교육청, 교육위원회 등 다양한 시스템이 있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태원 참사에서도 확인되듯이 시스템이 있다 해도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원인을 보면, 시스템 자체가 부재한 경우보다는 시스템이 형식적이거나 시스템을 움직이는 관련 조직이나 이해관계자 간의 칸막이로 인해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정책에도 우리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은 '칸막이'로 인해 여러 현안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와 기재부의 칸막이, 교육청과 교육부의 칸막이,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의 칸막이 등 수많은 칸막이가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칸막이로 인해 단기적으로 재정낭비와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장기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경쟁력을 좀 먹는다는 문제점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의 협익(狹益)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써 칸막이는 여전히 존재한다.

교육재정 분배, 대학입시 개선, 학제개편,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과정 개편 등 교육정책의 현안이 수없이 많다. 새로운 교육부 장관이 임명됐다. 또 새로 출범한 국가교육위원회는 2026년부터는 정권에 상관없이 추진할 10년 단위의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기로 하는 등 활동을 시작했다. 아직 첫걸음을 뗀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가 또 다른 칸막이를 만드는 일이 없어야 한다. 교육부 따로, 국가교육위원회 따로, 교육청 따로 움직이면서 실현성 없는 계획만 제시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우리에게 교육혁신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대안을 모색한다면 아직 시간은 있다. 시스템 속에 존재하는 칸막이를 걷어내고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교육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킬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홍원화 경북대 총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