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른들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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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2  |  수정 2022-11-22 06:43  |  발행일 2022-11-22 제23면

대구 남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초등 1학년이 쓴 대자보가 붙었다. 학생은 '주차를 바르게 대세요' '인도에 주차하지 마세요' '장애인 자리에 대지 마세요' '제발 나라를 지켜주세요'라고 또박또박 적었다. 휠체어와 주차금지 표시가 그려진 그림도 있었다. 오죽하면 초등학생이 대자보를 붙였을까. 장애인 주차구역의 불법 주차가 상시로 벌어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대자보가 붙은 당일에도 아파트 장애인 주차구역에 비장애인 차량이 주차된 게 확인됐다. 대자보를 쓴 초등학생의 눈에는 비장애인 차량이 장애인 주차구역을 점령한 게 이상했을 것이다. 불법인 줄 알면서도 버젓이 저지르는 어른들의 행위는 파렴치하다. 과연 아이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

대구 달성군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학대피해아동쉼터' 설치 논란도 안타깝다. 학대아동의 심신 회복과 원가정 복귀 지원 서비스를 위해 달성군이 마련한 학대피해아동쉼터를 주민들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학대 피해 아동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행위이다. 달성지역 아동학대 신고는 2018년 234건, 2019년 342건, 2020년 304건, 2021년 386건 등 4년간 1천266건이 접수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달성군에는 피해 아동 보호시설이 전무하다. 학대피해아동쉼터는 비공개로 운영하고, 간판이나 표찰도 부착 못 하도록 돼 있다.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피해 아동의 마음에 상처를 남길 일이 아니다. 세월호·이태원 참사도 어른들의 잘못이고, 부끄러움이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바른길을 걷는 데 어른들이 훼방을 놓아선 안 된다. 대구 남구의 아파트에 '미안하다'는 어른들의 대자보가 붙고, 달성군의 학대피해아동쉼터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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