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재개발 칼날에 잘려나가는 가로수들

  • 서민지
  • |
  • 입력 2022-11-22 07:03  |  수정 2022-11-22 07:20  |  발행일 2022-11-22 제10면
대구 범어·신암 아파트현장 앞 40년 된 수십 그루 밑동만 남아
주민 "탄소저감·도심경관 저해 행정"…구청 "불가피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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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아파트 건설현장 앞 인도의 가로수가 밑동만 남긴 채 잘려나간 모습. 아래 사진은 대구지도포털 거리뷰 상 잘리기 전 가로수 모습. 서민지기자·대구지도포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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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길을 걷다가 범어네거리와 수성구청 사이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인근에서 오래된 가로수 13그루가 그대로 잘려 나간 모습을 발견했다. A씨는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나무가 일제히 베인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며 "도심에 심긴 가로수는 탄소 저감과 도시 경관에도 영향을 미칠 텐데 구청의 조치가 아쉽다"고 말했다.

21일 대구지도포털 거리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잘리기 전 가로수들은 초록빛 잎으로 울창한 거리를 만든 모습이었다. 10m를 훌쩍 넘는 높이로 줄지어 선 나무들은 푸른 잎으로 삭막한 도시 풍경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이 나무들은 과거 항공사진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40여 년 정도 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이날 찾아간 현장에선 가로수들이 밑동만 덩그러니 남겨놓고 잘려 나간 채로 현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수성구청에 따르면, 구청은 지난달 구청 인근 아파트 건설 현장 앞 인도 변에 뿌리내린 플라타너스 13그루를 베는 것을 허가했고, 이후 절단 작업이 시작됐다.

가로수를 절단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차로 공사' 때문이다. 수성구청 측은 아파트를 지으면서 인도 폭을 줄이고 차선을 한 차로 내기로 결정했는데, 이미 심긴 나무를 옮길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고 주장했다.

수성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나무를 옮겨야 하는데 워낙 큰 크기인 데다, 도로와 인접해 있어 뿌리 분이 잘 나오지 않았다"며 "또 도로 아래 여러 전선도 지나는 탓에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그 이외의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최근 대구 도심 곳곳에서 이런 광경이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재개발 등에 따른 아파트 신축 공사가 여러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동구 신암동 신암공원 맞은편 인도의 가로수 수십 그루도 밑동만 남긴 채 베어졌다. 이곳 역시 재개발 사업으로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도로 확장에 따라 가로수를 옮길 수 없어 베어 낼 수밖에 없었다는 게 동구청의 설명이다.

수십 년 된 가로수들이 재개발 등에 따른 아파트 신축으로 도로가 확장되면서 베어지는 것은 다른 곳으로 옮겨 식재할 경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뿌리 분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도 있다. 대구 한 구청 관계자는 "가로수를 베어내는 작업이 이뤄지면 주민의 문의가 많은데 여건상 다른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라고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가뜩이나 부족한 도심 녹지를 생각하면 다른 곳으로 이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동구 신암동의 한 주민은 "가로수를 부득이 베어야 한다면, 아파트 건설업체에서 단지 외에 가로수에 상응하는 조경시설을 해 주민의 녹지 공간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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