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사이드] 담쟁이는 문제를 풀었을까요?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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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5  |  수정 2022-11-25 10:10  |  발행일 2022-11-25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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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경 지음/ 나다정 그림/ 브로콜리숲/ 109쪽/ 1만1천원

이윤경 시인의 첫 동시집 '담쟁이는 문제를 풀었을까요?'가 나왔다. 이 시인은 200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로 당선됐다.

등단 10여 년 만에 나온 그의 시집에는 파블로 네루다의 '질문의 책'처럼 다양한 질문이 가득하다. 이 시인은 "호랑이를 만난 적이 있냐고?"(시 '호랑가시나무' 중)라고 묻고, "어디까지 커봤니?"(시 '도토리 키재기' 중 )라며 키를 좀 재보자고 다가선다.

하지만 그 질문들은 답을 내리지 않는다. 질문에 대한 답은 '~그랬을 거야'라며 짐작하는 정도다. 질문은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지며 '하얀 물음표'(시 '호기심' 중)를 던진다.

"그랬을 거야 담쟁이도/한 번에 담을 넘고 나무를 타고/벽을 덮지는 못했을 거야/점프하다 떨어지고/헛디뎌 미끄러지기도 했을 거야/(중략)/길이 없는 게 문제고/답이 없는 게 문제인데//담쟁이는/어제보다 조금 더 올라갔으니/오늘도 무럭무럭/문제와 만났을 거야"(시 '담쟁이는 문제를 풀었을까요?' 중)

시 '아는 척할게'에선 다정함이 느껴진다. 이 시인은 "몰랐었다//볼품없이 앙상한/그 나무 이름//봄날,/물음표 같은 흰 꽃을 보고야/목련인 줄 알았다"고 한다.

시인은 "넓고 푸른 잎만 보아도/빈 가지만 보고도/이제 아는 척할 게//친구들에게 소개도 시켜줄게"라며 "쟤는 목련이야, 꽃피면 엄청 예뻐"라며 시를 끝맺는다.

안도현 시인은 추천사에서 "펼치면 맨 먼저 '숲은 초록으로 물들도록'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이 한 편에 빠져 페이지를 뒤로 넘기지 못했다. 나뭇잎-이슬-새-다람쥐-숲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의 주체가 '초록'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 아마 열 번은 읽었을 것이다. 유성음 'ㄹ'의 반복이 환하게 아름다운 리듬을 생성하고 그 리듬이 내용을 앞에서 끌고 가는, 오랜만에 만나는 수작"이라며 "초승달을 코끼리의 하얀 이로 읽어내는 시각 또한 놀랍다. '발톱 깎는 우리의 자세'에서 얼굴과 발이 가까워진다는 발견은 이 세상의 관계에 대한 통찰로 크게 퍼져나간다. 이 동시집 곳곳에서 시인은 우리가 놓치고 사는 발견의 기쁨을 선물한다. 시인이 찾아낸 '시적인 것'이 '아무쪼록/ 오래도록'우리를 깊게 물들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임수현 시인은 시집 해설에서 "(이 시집은) 끝내 우리에게 답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 답은 시집을 읽는 순간 나타났다가 닫는 순간 사라지고 마는 신기루 같아 더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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