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정치가 보고싶다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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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8 06:46  |  수정 2022-11-28 06:50  |  발행일 2022-11-28 제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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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본부기자

사전에서 정치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로 '상호 간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현재 정치권에서 상호 이해조정과 같은 일이 얼마나 일어나는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론 정치 실종이라 부르고 싶다.

하나하나 언급할 순 없지만, 과거 정치권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여야가 충분히 대화와 양보로 풀 수 있는 상황임에도 △사상 초유의 준예산 △장관 해임건의안 △대통령 거부권 행사 등 극단적인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정치인지 묻고 싶다.

특히 야당의 요구로 '이태원 압사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이뤄지게 됐지만 어떤 실익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해당 상임위에서 조사가 이뤄졌던 부분도 있거니와, 수사기관이 아닌 국회 차원의 조사가 사실관계 규명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고성과 막말의 유혹을 못 이긴 정치인들과 극렬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정쟁의 소용돌이가 될 가능성이 너무 크다"면서 비판한 점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모처럼 만에 정치가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국조 반대 입장을 뒤집고, 야당과 합의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내년도 예산안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 '예산안 처리 후 국조'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거대 야당을 현실적으로 막을 방안이 없었던 국민의힘 입장에선 국조를 받지만, 야당의 예산안 조기처리를 압박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 친윤계 의원들이 야당과 강하게 대립하지 않았다며 반발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면, 정치 복원은 참 힘들다는 생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각종 현안을 두고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대응'과 연계하는 모습도 과연 국민을 위한 정치인지 의문이다. 검찰이 민주연구원이 위치한 중앙당사를 압수 수색할 당시 국정감사를 파행시켰던 점이 대표적이다. '대장동 의혹' 수사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각종 현안을 볼모로 삼을 가능성은 여전하다.

대통령실도 상황은 같다. 취임 이후 민주당이 주장하는 영수회담에는 부정적이지만 야당과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는 입장이 유지되고 있을 뿐, 실제 야당과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언론사와의 갈등, 야당 의원과의 대립각에서 대화와 타협은 없고 고발과 같은 극단적 선택만 하고 있다. 팬클럽 정치, 지지자만 바라보고 하는 정치가 수명이 짧다는 건 2017년부터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에서도 증명됐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부디 내년에는 여야가 대화하고 타협하는 '정치'를 보여주길 간절히 소망한다.
정재훈 서울본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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