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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
뉴욕의 그랜드센트럴역이 그 도시의 대표적인 관문인데 그 역 지하에 역 하나를 더 만들었다. 통근 열차 터미널 그랜드센트럴매디슨역이 그것이며 이달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지하 플랫폼이 한 층에 2개씩 두 층에 나누어져 있어서 타는 곳이 모두 여덟 개가 나온다. 공사 기간 14년, 총면적 6만5천㎡, 총공사비 111억달러(약 14조원). 뉴욕시의 숙원사업이었고 엄청난 규모의 공사였다. 기존의 그랜드센트럴역에서 내려갈 수 있으나 선로는 매디슨 애비뉴 밑에 있어서 역명에 매디슨을 넣었다. 55m나 되는 에스컬레이터로 아파트의 14층 높이를 내려가야 하며, 지상에서 지하 가장 낮은 층에 도달하려면 10분 정도 걸린다. 이 역 지하 중앙통로는 식당가 상가이다.
이 역은 유명한 예술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140만달러를 투자하여 최상의 예술작품을 설치하였다. 2년 전에 예술작품제작 제안서를 공모하여 몇몇 작가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쿠사마 야요이(93)가 36m 길이의 대형 모자이크화로 중앙통로 벽면을 장식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 거대한 모자이크 벽화에는 호박 대신에 태양 같은 얼굴과 아메바 같은 이미지들이 꽉 차 있는데 기차역에 몰리는 다양한 인간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키키 스미스(68)의 유리 모자이크화 다섯 점도 압권이다. 플랫폼 두 층 사이에 중간층을 내고 그 실내를 그녀의 그림으로 채웠다. 그중 터키 네 마리를 그린 '봄'은 천국 같고 '존재'의 사슴은 외롭기 그지없다. 스미스는 "앞으로는 사람들이 '사슴 옆에서 만나자'고 약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뉴욕은 또 하나의 기술적, 예술적 명품을 가지게 되었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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