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의 트렌드 스토리] 뱅쇼, '알코올 제로' 따뜻한 와인 한잔…면역력 높이는 건강한 겨울나기

  • 이재훈 영진전문대 호텔항공관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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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09 08:42  |  수정 2022-12-09 08:48  |  발행일 2022-12-09 제37면
북유럽 지역 감기예방·기력회복 즐겨
만드는 법도 간단, 건강 챙기기 좋아
비싼것 보다 먹다 남은 와인도 무방
계피스틱·정향 등 다양한 향신료 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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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영진전문대 호텔항공관광과 교수)

◆따뜻한 와인

지난달 22일은 24절기 중 20번째 절기인 소설(小雪)이었다. 따뜻하고 훈훈한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물, '뱅쇼'에 대해서 소개하겠다.

프랑스어로 뱅(Vin)은 '와인'을, 쇼(Chaud)는 '따뜻하다'는 의미를 지녔다. 이탈리아어로는 '빈 브릴레(vin brule)', 독일어로는 '글뤼바인(Gluhwein)', 영어로는 '멀드 와인(mulled wine)'. 뱅쇼의 시초는 정확하지 않지만, 추운 북유럽 지방에서 감기 예방 및 기력 회복을 위해 마시는 데에서 유래된 설이 존재한다. 반대로 비교적 날씨가 따뜻한 스페인 지역에서는 '상그리아(sangria)'를 즐겨 마시는데, 상그리아는 뱅쇼의 차가운 버전 격인 스페인 전통 음료이다.

뱅쇼는 추운 겨울 집 안에서 바로 만들어서 먹을 수 있어야 했기 때문에 그 재료와 만드는 방법 또한 간단하다. 재료에는 와인, 과일, 꿀이나 설탕, 향료 등이 있다. 와인의 경우에는 보통 단맛이 적거나 아예 드라이(dry)한 것을 사용하고, 과일은 오렌지나 사과, 레몬을 기본으로 하는 편이다. 향신료는 계피 스틱이나 정향이 가장 많이 사용되며, 통후추나 육두구, 바닐라 등도 애용된다. 우리의 막걸리도 꿀을 넣으면 꿀 막걸리, 딸기를 넣으면 딸기 막걸리가 되듯이 뱅쇼도 만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무화과, 사과 등의 다양한 재료로 대체될 수 있다.

◆사랑받는 이유

뱅쇼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재료인 '와인'에 있다. 뱅쇼는 와인이 주재료이지만, 사실 제조 과정 중에 이를 끓이게 되므로 와인의 알코올은 거의 증발하고 무알코올 음료에 가깝게 된다. 또한 다양한 과일과 꿀, 향신료가 들어간다. 따라서 비싸고 질 좋은 와인이 아닌 먹다 남은, 가성비가 좋은, 혹은 맛이 없는 와인을 뱅쇼에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레드와인은 또한 면역력 증진에 효과가 있어서 실제로 감기 예방에 매우 효과적이다. 레드와인을 만드는 과정에 포도씨와 껍질까지 모두 들어간다.

뱅쇼에 들어가는 향신료도 뱅쇼의 인기에 한몫한다. 뱅쇼에는 계피 스틱, 정향, 팔각 등의 다양한 향신료가 들어간다. 계피 스틱은 계피 나무의 안쪽 껍질만을 따로 분리하여 말린 것으로, 통계피보다 더 달콤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계피 스틱은 산화방지제로서 항산화 효과가 탁월하며, 지방 세포를 축소하고 소화 계통의 활동을 활발하게 하여 체중 감소에도 효과가 있다. 정향은 생김새와 냄새가 못과 비슷하여 그 이름이 붙었다. 정향도 계피 스틱과 마찬가지로 소화 효소를 분비하여 소화를 탁월하게 하고, 인슐린 저항을 개선하여 혈당 수치를 낮추는 효능이 있다.

영진전문대 호텔항공관광과 교수

냄비에 와인·과일·향신료·설탕 한꺼번에 넣고 중·약불로 끓여…
냉장 보관후 데워 마시면 열흘까지 보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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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법

뱅쇼는 간단한 재료와 더불어 만드는 방법 또한 간단하다. 과일은 얇게 썰어서 향신료는 너무 작지 않은 크기로 준비하고, 냄비에 와인과 과일, 향신료, 설탕이나 꿀을 한꺼번에 넣는다. 설탕이 녹을 정도의 중·약불에서 5분 동안 끓이다가 냄비 가장자리에 기포가 올라오면 약불에 20분간 끓인다. 불을 끄고 뚜껑을 덮어 30분 정도 놔둔 뒤 냉장 보관한다. 바로 마셔도 되지만 냉장 보관 후 데워 마신다면 열흘까지 보관이 가능하며, 과일과 향신료의 경우 건져내서 음료만 마시는 게 일반적이지만 과일은 같이 마셔도 무방하다. 이처럼 재료와 만드는 방법 모두가 간단하여 뱅쇼 재료를 모아둔 키트를 따로 판매할 정도이다.

앞서 소개했던 뱅쇼의 차가운 버전인 상그리아는 뱅쇼와 마찬가지로 레드와인 베이스의 칵테일이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전통 음료이다. 상그리아는 스페인어 'sangre(피)'에서 유래됐으며, 이름과 걸맞게 레드와인의 붉은빛을 담고 있다. 뱅쇼와 마찬가지로 레드와인, 과일, 설탕 등을 넣고 이를 끓이는 대신 그대로 냉장 숙성하여 탄산수를 부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향신료를 넣어 취향껏 먹는 뱅쇼와 마찬가지로 상그리아도 취향에 따라 딸기나 블루베리 등의 베리류나 수박이나 사과 등 달콤한 과일을 추가할 수도 있다.

레드와인을 끓여서 거의 무알코올이 되는 뱅쇼와는 다르게 상그리아는 그 도수가 유지가 되며, 일반적으로 13.5℃의 와인이 좋다. 상그리아는 와인의 알코올이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에 너무 낮은 도수의 레드와인을 사용할 경우 와인 향은 죽고 과일 향만 강하게 남기 때문이다. 또한 레드와인과 과일을 함께 끓이는 뱅쇼와는 달리 상그리아는 그대로 냉장 보관하기 때문에 재료인 과일의 껍질을 깨끗이 세척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추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쌍화탕을 즐겨 마셨다. 쌍화탕은 한약의 일종으로 동의보감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는 음료이다. 음기와 양기의 조화를 맞춘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간, 두통에 좋다. 쌍화탕에는 뱅쇼와 마찬가지로 계피가 들어간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추운 겨울에 몸과 마음은 따뜻할 수 있도록 뱅쇼 한 잔과 함께한다면 어떨까? 간단한 재료와 만드는 방법을 통해 따뜻한 겨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영진전문대 호텔항공관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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