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치솟는 화석연료비용과 뒤틀린 전기요금 체계

  • 정재학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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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26 06:45  |  수정 2023-01-26 06:49  |  발행일 2023-01-26 제22면
전쟁·질병으로 가격 치솟는
전기발전의 근간 화석연료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인위적 요금체계 개선하고
새 전력생산방식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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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학 (영남대 교수)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화석연료 가격이 치솟고 있다. 한전은 발전자회사와 민간 발전사업자들로부터 그들의 수익이 보장되는 단가로 전력을 매입해 국민에게 전기요금 체계에 따라 판매하고 있다. 2022년 상반기의 한전 전력 구매가가 2021년 상반기의 비용 대비 91%나 증가했다. 한국은 전기용량 기준으로 화력발전이 약 62%, 원자력이 약 30%, 수력과 재생에너지가 약 8%이나 한전의 2022년 상반기 전력 구매가는 화력발전이 약 80%, 원자력은 약 12%, 수력과 재생에너지는 약 7%였다. 해당 기간의 전기요금은 전력거래소에서 현재의 전기요금 체계에 따라 정책적으로 결정되어, 한전은 전기 판매가를 화석연료 가격의 상승분만큼 올릴 수 없었다. 지난해 한전은 약 30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전력거래소의 전기요금 결정에 매우 깊이 개입해 전기요금의 급격한 상승을 막고 있어 연료비가 급격히 오르면 한전의 적자는 이미 예견된 일이 된다. 즉 한전은 전기생산 원가보다도 싼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하게 될 수 있다.

이러한 기형적인 전기요금 체계를 정상화할 수는 없는 일인가? 전기 발전의 원료인 화석연료는 향후 가격이 안정되고 더 값싸질 수 있을까? 필자는 시간이 갈수록 화석연료의 가격은 더욱더 불안정하리라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화석연료를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는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을 물가 안정을 위해 막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을 위해서라고 할지라도 누적되는 적자구조는 지속될 수가 없다. 전기요금의 동결은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의심도 사고 있다. 다가올 총선에서 표를 잃지 않기 위해 전기요금을 붙들어 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목소리도 있다. 경제적 모순과 정치적 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전기요금의 인위적 동결은 장기적으로 좋은 정책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전은 적자가 쌓이면 도산해 청산되는 기업이 아니라 결국 그 적자를 어떤 형태로든 국민 세금이 투입되어 정상화되어야 하는, 우리나라 유일의 전기공급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현명한 국민이라면 당장 싼 전기요금 정책을 지지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전기공급 정책을 지지해야 할 것이다. 온난화의 주범이면서도 이제는 가격 안정성도 적고 경제적이지도 않은 화력발전은 줄이면서 초기 투자비는 조금 들더라도 가격 안정성이 높고, 국제사회의 요청에 부합하는 전력 생산 방식을 늘려 나가야 할 때이다.

현재의 전기요금 체계에서 주택용은 101원/kwh, 산업용은 98원/kwh가 기준 판매단가이다. 그 용량은 주택용이 약 15%, 산업용이 약 55%이다. 우리나라의 전기는 산업이 가장 많이 사용한다. 일반 국민의 가정용 전기는 3단계 누진제 요금이 적용되어 비정상적인 더위나 추위가 발생할 때마다 전기료 폭탄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데 문제는 일반 국민이 부담하는 전기요금이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이 정책은 과거 우리나라가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갖추어야 온 국민이 먹고살 수 있었던 시기에 만들어진 체계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 산업은 값싼 전기료로 국제 경쟁력을 갖는 시대는 아니다. 물론 중소기업의 경우는 아직도 지원이 필요하여 세부적인 지원제도가 필요하겠지만, 구시대의 전기료 체계는 조정되어야 한다. 2022년, 한전은 원가 이하의 전기료로 산업에 절반 이상 공급하여 유례없는 적자를 기록하였고 그 적자를 어쩌면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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