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 네가 가지고 간
나
잘 있니?
처음 만나 하얗게 웃던 치아들
바람 속에 빛나던
벌거숭이 나무들
온몸으로 휘달리는 눈펄 속에
지금도 기다리고 있니
깊은 계곡을 배회하는 산짐승 소리로
찾아 헤맸지만
무슨 새가 와서 쪼아 먹어
빗살무늬토기처럼 상처만 무성한 나
어디까지 데리고 갔니
처음 그날부터 지금까지
어떤 옷도 걸치지 않아
늘 추운 나
네가 가진 나는 누구였니?
어느 의자에 앉아 건너 숲을 보고 있니?
깊은 눈망울 속에서 나 어떻게 사라져 가니?
문정희-나 잘 있니
나
잘 있니?
처음 만나 하얗게 웃던 치아들
바람 속에 빛나던
벌거숭이 나무들
온몸으로 휘달리는 눈펄 속에
지금도 기다리고 있니
깊은 계곡을 배회하는 산짐승 소리로
찾아 헤맸지만
무슨 새가 와서 쪼아 먹어
빗살무늬토기처럼 상처만 무성한 나
어디까지 데리고 갔니
처음 그날부터 지금까지
어떤 옷도 걸치지 않아
늘 추운 나
네가 가진 나는 누구였니?
어느 의자에 앉아 건너 숲을 보고 있니?
깊은 눈망울 속에서 나 어떻게 사라져 가니?
문정희-나 잘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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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어느 겨울 네가 가지고 간 나는 아직 네 안에 있는 거니? 네가 처음 본 하얗게 웃던 나는 아직 여전히 너 안에서 휘달리는 눈펄 속의 벌거숭이 나무들인 거니? 울부짖는 깊은 계곡의 산짐승 소리 같은 나를 너는 아직도 듣고 있는 거니? 상처가 무성한 나를 네가 데리고 갔을 때의 흉터는 어디까지 아물었을까? 늘 추운 나였는데, 너의 눈망울 속에서 나는 아직 추운 거니, 아니면 이제는 조금 따뜻해졌을까? 아니면 네 속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나인 거니? 처음 그냥 상처였던 내가 점차 상처였던 것만 오롯이 남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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