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카페 갑작스런 일제단속 '보여주기식' 논란…"근본적 원인 분석·대책 필요"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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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6 17:05  |  수정 2023-03-07 08:34  |  발행일 2023-03-07 제8면
"룸카페 막으면 어두운 곳으로 더 숨을 것…수면 위로 올려야"
"청소년 탈선 '규제'만으론 해결 안돼…"성교육 철저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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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구시의 합동점검 이후 투명창 설치 등 시설이 개선된 룸카페의 모습. 대구시 제공

룸카페가 밀폐된 공간에 침구 등을 구비해 청소년 탈선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관계 당국이 일제 단속에 나서자,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한 데 따른 대책과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달 신·변종 청소년 유해업소로 지목된 룸카페·멀티방 등 유사업소 24곳에 대한 합동 단속을 벌여 3곳을 적발했다. 하지만, 당시 합동 단속 전 룸카페 업계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배포됐다. 투명창문 설치 등 유해 환경을 해소하는 방안을 담은 것이다. 이 지침에 따라 각종 유해환경을 제거한 업소는 14곳이었고, 7곳은 자진 폐업했다.

룸카페 업주 A씨는 "정상적으로 허가받고 영업하는데도 갑작스레 고시를 내세워 청소년 출입을 막고, 난데없이 창문을 설치하라고 하니 당황스럽다"며 "현장을 모르는 전시행정이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편하게 놀다 가는데, 이를 막으면 다른 곳으로 안 가리라는 보장이 있나"라고 했다.

중학생 딸을 둔 강모(50·대구 수성구)씨도 관계 당국의 보여주기식 조치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탈선이 일어났다고 계속해서 규제만 가한다면 이미 엇나간 아이들은 더 어두운 곳으로 숨을 것"이라며 "이미 인터넷상에는 무분별하게 성적인 콘텐츠가 난무하는데 룸카페를 막는다고 청소년의 탈선을 막을 수 있겠냐"고 했다.

또 다른 40대 학부모 김모(여·대구 북구)씨는 "규제만이 모든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예방 목적의 실질적인 성교육 등이 필요하고, 해당 시설에 청소년 출입이 가능하도록 양성화하면 자연스레 아이들의 탈선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올바른 청소년 성교육 선행과 함께 룸카페 등 유사업소 본래의 이용 목적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소년단체 탁틴내일의 이현숙 대표는 "룸카페가 성착취·불법 촬영 등의 성범죄 위험성에 노출됐던 곳은 맞다"면서도 "규제를 통해 유사 업소의 올바른 이용 목적이 지켜진다면 청소년들에게 안전한 공간이 될 것이다. 청소년들의 올바른 의사결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범 대구아름청소년성문화센터 팀장은 "무조건적인 차단은 음성화된 청소년 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수면 위로 올려 성교육과 성 문화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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