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금오전자 대표 인터뷰 "노키아 사장 비서시절 인맥 가장 큰 자산"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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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8 07:31  |  수정 2023-03-08 07:35  |  발행일 2023-03-08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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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금오전자 대표가 지난해 9월 포항에서 바르게살기운동 회원들과 수해 복구를 하고 있다. <바르게살기운동 경북도협의회 제공>

"노키아 사장 비서였던 제가 강소기업 대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절박함 때문입니다."

2004년부터 경북 구미에서 금오전자를 운영 중인 김재원 대표는 가난을 딛고 일어선 성공한 기업인이다. 금오전자는 삼성전자 1차 밴드의 협력업체로 지역에서 손꼽히는 전자 부품 제조업체다. 김 대표는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으며 바르게살기운동 경북도협의회장을 맡으며 지역사회 봉사활동도 열심이다. 최근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함께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기술 박람회(MWC)에 참가해 최신 기술을 체험했다.

10대부터 각종 일하며 가장노릇
구미에 日 스팀세차 최초 도입도
삼전 1차 밴드 협력업체로 성장
수해복구 활동 등 지역사회 공헌

김천시 아포읍 출신인 그는 어린 시절 가세가 기울면서 삼시 세끼를 고구마로 때우는 날이 허다했다. 어머니가 비단 홀치기를 해서 한 달에 버는 2천400원이 집안의 유일한 고정수입원이었다. 어머니가 힘들게 일하는 걸 알면서 밥을 얻어먹고 학교를 다니는 건 사내로서 못 할 일이라는 생각에 서울행을 결심했다.

그는 "열여섯 살 무렵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생각에 1천600원을 들고 무작정 상경했다. 낡은 고무신을 신고 허기진 배를 움켜쥐면서도 '반드시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버텼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서울 왕십리 가구점 등에서 3년간 일한 그는 열아홉 살 때 대구로 내려와 사출 공장 직원, 트럭 운전사 조수, 택시기사 등을 전전하며 악착같이 일했다. 그렇게 번 돈은 고향 집 생활비와 동생들 대학교 학비에 보탰다.

군(軍) 전역 후 대우정밀을 거쳐 이재욱 노키아 티엠씨 사장의 비서로 일하면서 성실함을 인정받았다. 이 사장은 그에게 외주업체 사장이나 간부 성향에 대해 묻거나 회사의 경영 및 인사, 심지어 본인 땅을 사는 것까지 김 대표에게 물었다. 김 대표를 그만큼 신뢰한 것이다. 김 대표는 "노키아에 있으면서 쌓은 인맥과 원만한 대인관계 형성 노하우는 가장 큰 자산이 됐다"고 했다.

김 대표는 30대 초반 빨리 성공해야겠다는 일념에 이 사장 만류에도 불구하고 독립했다. 자동차 정비 자격증을 따서 구미에 세차장 겸 정비공장을 세웠다.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 본 스팀세차를 구미에 처음 도입해 대박을 터트렸다. 당시 일평균 매출이 300만원에 달할 정도였다. 쓰고 남은 부동액을 드럼통에 모아뒀다가 불순물을 침전시킨 뒤 고객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2004년엔 구미 사곡동의 한 공장을 인수해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한동안 사무실 바닥에 박스를 깔고 쪽잠을 자며 일에 매진했다. 김 대표는 "당시 원도급업체 사장들이 밤늦게 하도급업체를 순회하곤 했다. 그때마다 공장에 남아서 일하고 있는 나와 마주쳤고 '열심히 하는 친구'라는 소문이 났다"며 "그 결과 2005년부터 회사가 흑자로 돌아섰고 지금까지 거래한 대기업 1차 밴드 업체가 13곳에 이른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엔 바르게살기운동 경북도협의회장으로 취임했다. 경북 도내 곳곳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했다. 지난해 9월 포항·경주시가 태풍 힌남노로 큰 피해를 보자 회원 800여 명과 함께 수해복구 활동을 펼쳤다. 앞서 3월에는 울진·삼척에 대형 산불이 발생하자 1억2천만원의 성금을 모아 울진군에 전달했다.

김 대표는 "사람이 혼자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우리는 하나의 사회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치는 일, 서로 돕는 일이 가장 필요하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연결해 주는 일을 꾸준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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