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챗GPT가 던진 화두

  •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 |
  • 입력 2023-03-13  |  수정 2023-03-13 06:54  |  발행일 2023-03-13 제26면
과제 작성에 '챗GPT' 이용

교육계 성적처리 의견 분분

교실 내 심화토론 교육 강화

강의 및 과제는 온라인으로

사용 막지 말고 활용법 연구

2023031201000363300015251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챗GPT 열풍이 대단하다. 오픈AI는 지난해 11월 말 GPT-3.5에 기반한 챗GPT를 출시했다. 출시 2개월 만에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가 1억명을 돌파했다. 투자은행 UBS 보고서에 의하면, 1억MAU에 도달하는데 지금까지 가장 빨랐던 틱톡도 9개월이, 인스타그램은 30개월이 걸렸는데, 챗GPT는 불과 2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현재까지 출시된 모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가운데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챗GPT에 열광하는가. 챗GPT는 대용량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사람과 자연어로 대화하고, 다양한 질문에 답한다. 사람이 요구하는 주제로 논문, 시, 소설, 수필, 자기소개서도 작성해 준다. 세상 사람들에게 인공지능(AI)의 충격을 안겨줬던 것은 알파고이다. 구글의 검색엔진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필요한 시기에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알파고는 바둑 프로그램으로 개발된 인공지능이고, 구글의 검색엔진은 정보를 나열해 주지만, 질문에 직접 답을 주거나, 시나 소설을 써 주는 것은 아니다. 챗GPT는 모든 주제에 대하여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

월드와이드웹은 전 세계를 인터넷으로 연결하였고, 사물인터넷(IoT)을 지나 만물 인터넷(IoE)으로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만물 인터넷은 사람, 사물, 인공지능, 클라우드 기반 빅데이터 등이 모두 무선으로 소통하는 그야말로 초연결 사회를 만들고 있다. 챗GPT는 이런 새로운 차원의 만물 인터넷과 상호작용하면서 세상을 바꾸어 갈 것이다.

챗GPT는 교육, 일자리, 산업, 국방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충격파가 가장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곳은 교육 현장이다.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에서는 챗GPT를 이용한 과제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두고 벌써 논란이 분분하다. 미국 뉴욕시의 모든 공립학교에서는 챗GPT 사용을 금지하였다. 수도권의 한 국제학교에서는 영문 에세이 과제를 챗GPT로 작성한 학생 7명에게 모두 '0점'을 주었다. 문제는 챗GPT 작성 여부를 어떻게 판별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챗GPT 사용 탐지 프로그램 개발도 활발하다. 프린스턴대 학생이 개발한 '지피티제로(GPTZero)'는 보다 높은 판별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부분적으로 수정을 가하면 판별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학생들이 챗GPT에 중독되면, 이것은 과제 처리나 성적 처리 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윤리의식의 마비와 지적 능력 개발의 한계를 불러올 위험성이 매우 크다. 과제를 챗GPT로 작성하면, 자신의 양심을 속이고 남을 속이는 일이다. 자신과 남을 속이는 일이 일상화되면 윤리의식이 마비된다. 과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챗GPT에 의존하면, 창의적 사고능력, 분석력, 추리력, 판단력, 글쓰기 능력을 개발하기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하나. 챗GPT 사용을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막아서도 안 된다. 오히려 챗GPT를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는 데 잘 활용하는 방법을 학습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제 및 성적평가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강의 및 과제 등은 온라인으로 하고, 교실에서는 심화 학습토론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을 강화해야 한다.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에 대한 교실 내 토론을 강화하고, 모든 시험은 교실에서 오프라인으로 실시하고, 이를 중심으로 성적을 평가한다. 직접 토론으로 과제에 대한 학생의 이해도를 평가하면 학생들은 챗GPT를 자신의 실력을 개발하는데 슬기롭게 사용하는 방법을 익혀갈 것이다.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