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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 불황에도 '프리미엄 소비'가 계속되는 등 소비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영남일보DB> |
경기 불황에도 '프리미엄 소비'가 계속되고 있다. 고물가시대를 비웃듯 소비 수준이 오른 이유로는 뜻밖에도 SNS 등이 지목됐다. 소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과소비 심화, 상대적 박탈감 등 우려가 나온다.
최근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명품 소비액은 약 21조원으로, 1인당 소비액으로 환산하면 약 40만4천원이다. 미국(약 35만원), 중국(7만원)보다 높은 수치다. 지난 12일 인크루트가 성인 9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4.6%가 '고가를 찾는 국내 소비행태가 평균 소비 수준을 올렸다'에 동의했다.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무지출 챌린지' '짠테크' 등의 소비행태가 양산됐지만, 고가 제품에 지갑을 여는 극과 극의 소비 행위도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대구지역 한 오마카세 식당을 다녀온 시민 정모(여·26)씨는 "지인과 오마카세를 방문하기 위해 여러 곳을 찾아봤다. 어느 오마카세든 기본 가격이 10만원 이상이라 손님이 적을 줄 알았는데, 일부 가게는 이미 다음 달 예약까지 꽉 찼을 정도로 인기 많은 곳도 있었다"며 "누군가는 3천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에도 많은 고민을 하는데 누군가는 몇 십만원 상당의 한 끼 식사도 턱턱 낼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고 했다.
고가의 서비스를 찾는 원인으로는 'SNS의 영향'이 가장 컸다. 응답자들은 고가 소비 행태가 계속되는 것에 대해 'SNS의 영향으로 과시, 모방 소비가 늘었던 탓'(35.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로 인해 과소비 심화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비 양극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5대 소비분화 현상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중고나라 앱 설치 건수는 같은 해 5월 대비 20% 증가했고, 같은 기간 공구마켓 앱 설치 건수도 15% 늘었다. 반면 지난해 하반기 백화점 해외 유명브랜드 소비 증가율은 전체 소비 증가율을 웃도는 등 증가세를 보였다.
소비 양극화와 관련해 각종 신조어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것이 '스강신청' '호캉스' 등이다. '스강신청'은 초밥을 뜻하는 스시와 수강신청을 붙인 단어로, 대학 수강신청만큼 오마카세 예약 경쟁이 치열해짐을 비꼰 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극도로 비용을 줄이는 소비 행태와 초고가 제품·서비스를 선호하는 소비 행태가 양립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간 가격대 마케팅이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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