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라이온즈 팬카페 '발칵' 뒤집어졌다는데…왜?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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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19 18:14  |  수정 2023-03-19 18:19  |  발행일 2023-03-20 제6면
시즌권자 '선예매' 혜택받고 구한 티켓 웃돈 얹어 판매 시도
장당 1만원 수고비 요구했다 특정되자 슬그머니 글 내려
"암표 문제 어제오늘 일 아냐"…근절 장치 마련해야
공연법 개정안 통과 주목…매크로 통해 구한 표도 되팔기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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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라이온즈 네이버 팬카페 '사자사랑방' 캡쳐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 팬 카페가 발칵 뒤집혔다. 시즌권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선예매' 혜택으로 구한 티켓을 중고 플랫폼에서 웃돈을 얹어 판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스포츠 팬들과 공연업계에선 온라인 암표 거래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라이온즈 포털 팬카페 '사자 사랑방'에는 "와 잡아서 신고하고 싶다. 풀 시즌권자면 웃돈하다 걸리면 시즌권 박탈당할 텐데"라는 제목의 글이 지난 6일 올라왔다. 시즌권자로 보이는 인물이 다른 플랫폼에서 원래 티켓 값에다 1장당 만원의 웃돈을 얹어 대리 구매를 해주겠다는 글을 캡쳐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티켓 값을 선금으로 주면 예매 후 수고비 명목으로 장당 1만원을 받고 티켓을 전달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팬카페 유저들이 해당 시즌권자를 특정했다는 글을 올리자 판매자는 슬그머니 글을 내렸다. 이런 상황은 수십 개의 비난 댓글과 함께 생중계되기도 했다.

온라인 암표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여전히 숙지지 않고 있다. 현행법은 웃돈을 얹어 암표를 파는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간주하지만, 온라인 상 거래는 제외하고 있다. '흥행장(공연시설),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등 현장에서 웃돈을 받고 티켓을 되판 경우'에만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정보를 자동으로 입력해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무더기로 표를 확보한 뒤 비싸게 되파는 수법도 수년째 횡횡하고 있지만, 암표 거래를 처벌하는 법적 규제가 없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만, 최근 국회에서 암표 거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공연법 개정안이 통과돼 주목된다. 이번 개정안은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구한 표도 되팔아선 안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공연 업계에서는 암표 방지를 위한 자구책 마련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가수 아이유의 소속사가 부정 거래된 티켓의 예매를 즉각 취소하고, 거래 당사자는 팬클럽 영구 제명 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게 대표적이다.

삼성라이온즈도 시즌권 혜택을 이용해 암표를 파는 행위가 적발되면 '환불 없이 시즌권 박탈'이라는 초강수로 대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와 팬들은 법 개정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확실한 암표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회장은 "지금까지는 암표상들을 잡아내더라도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고, 현장에서 이뤄진 암표 매매 또한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벌금만 내면 그만인 상황이었다"며 "이번 공연법 개정으로 일부는 압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라이온즈 팬 배모씨는 "암표를 근절해야 한다는데는 공감하지만, 꼭 가서 보고 싶은 경기는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암표를 근절하는 확실한 법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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