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한일관계·근로시간 개편 두고 대국민 설득 "과거 넘어서야"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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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2  |  수정 2023-03-22 06:59  |  발행일 2023-03-22 제4면
윤대통령 국무회의 최장 23분 모두발언 사실상 대국민 담화

"당당하고 자신있게 日 대해야…선제적으로 걸림돌 제거하면 日도 호응할 것"

'근로시간 개편' 첫 직접 입장도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 건강보호 차원서 무리"
尹대통령, 한일관계·근로시간 개편 두고 대국민 설득 과거 넘어서야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일관계 정상화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한일관계 정상화에 대해 "우리 국민에게 새로운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국민과 기업들에게 커다란 혜택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날 윤 대통령은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에 대해서도 "서두르지 않고 충분히 숙의하고 민의를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일고있는 현안들에 대해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정리하는 '정면돌파'를 택한 것이다.

◆ 23분 국무회의 모두발언…한일 관계관련 대국민 담화 성격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생중계로 진행된 윤대통령의 모두발언은 한일 관계와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에 대해 약 23분 동안 진행됐다. 5천700여자(원고지 기준 52매)에 달하는 분량과 내용을 놓고 봤을 때 사실상 '대국민 담화'였다는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대부분을 한일 관계 정상화에 할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 정상화가 우리에게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며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는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면서 "현명한 우리 국민을 믿는다. 국민과 기업에 커다란 혜택으로 보답할 것이다. 무엇보다 미래 청년 세대에게 큰 희망과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자평했다.

윤 대통령은 "이제는 일본을 당당하고 자신 있게 대해야 한다"며 "한국이 선제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해 나간다면 분명 일본도 호응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가 한쪽이 얻으면 다른 쪽이 잃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라며 "서로 이득을 얻는 '윈윈(Win-win)' 관계가 될 수 있으며 또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대통령은 또 "한일관계 개선은 한국산 제품 전반의 일본 시장 진출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한국의) 내수 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적인 측면도 부각했다. 윤대통령은 "양국 정상 간의 '셔틀 외교'를 복원하는 데서 더 나아가 "한일중 3국 정상회의 재가동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보 협력과 관련해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완전 정상화 선언으로 한미일 및 한일 군사정보 협력을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양국 관계 정상화에 따른 안보·경제·문화 등 전방위 협력 강화를 강조하면서 "선제적으로 우리 측의 일본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복원을 위해 필요한 법적 절차에 착수토록 오늘 산업부 장관에게 지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울러 각 부처에 일본과 협력체계 구축과 각종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 文정부·야권 비판하며 미래위한 일 강조
특히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라고 직접 거론하면서 "수렁에 빠진 한일관계를 그대로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윤대통령은 "작금의 엄중한 국제정세를 뒤로 하고, 저마저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을 자극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면,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야권에 대한 비판적 입장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고도 언급했다. 이는 대일본 '굴종 외교'라고 비난하는 야권을 직격한 셈이다. 다만 윤대통령은 독도 영유권·위안부 합의안·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문제가 한일 정상 간 논의됐다는 야권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우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다"면서 과거 사례를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저우언라이 전 중국 총리가 1972년 일본과 국교 정상화를 선언하며 전쟁 배상 요구를 포기한 전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일 국교 정상화 추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등이 언급됐다. 그러면서 윤대통령은 "양국 간 불행한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본과 새로운 지향점을 도출하고자 한 노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강제징용 배상 해법인 '제3자 변제'에 대해서도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윤 대통령은 "1965년 국교 정상화 당시의 합의와 2018년 대법원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이라며 "피해자분들과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근로시간 유연화도 "약자 의견 듣겠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 막바지에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과 관련한 입장도 밝혔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유연화하되 60시간 이내로 상한선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하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이에 대해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의 후퇴라는 의견도 있지만 주당 근로시간의 상한을 정해 놓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노동 약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고 충분히 숙의하고 민의를 반영하겠다"면서 "노동시장 유연화 제도의 설계에 있어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수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에 세밀한 여론조사 FGI(초점집단 심층면접)를 시행하고, 제게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했으며 MZ 근로자, 노조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노동 약자와도 폭넓게 소통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 사안에 대해 직접 공개언급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정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놓고 '주 최대 69시간 근로'라는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직접 나서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재훈 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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