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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권 법무법인 효현 대표 |
주택임대인이 임대차기간 만료 전에 이미 집을 타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실거주의사가 없으면서 마치 실거주할 것처럼 거짓말해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을 거절하고 임차인을 내보낸 후에 실거주하지 않고 곧바로 집을 이전해버렸다면 이 경우에도 손해배상책임을 질까.
그동안 대법원은 주택임차인의 갱신요구기간(임대차 계약 종료 6개월 전 ~종료 2개월 전) 내에는 임대인이 실거주 이유로 갱신거절할 수 있으므로 그 갱신요구기간 내 주택을 매수하고 이전등기해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양수인도 실거주 이유로 갱신거절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갱신요구기간 내에도 집을 팔 수 있고 매수인이 갱신거절을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2022년 12월1일 선고2021다266631 판결)
그런데 이 사례처럼 주택임대인이 집을 타인에게 매매하는 계약까지 했으면서 이를 속이고 갱신요구기간 내에 자신이 실거주하겠다며 임차인을 내보낸 후 실제 실거주하지는 않고 곧바로 이전등기를 해준 경우에는 어떨까. 이렇게 임차인을 속이지 않고 실제 실거주하려고 내보냈다가 짧은 기간 실거주한 후 매매한 경우는 어떨까.
서울중앙지법은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갱신거절 당시 실제 거주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거주할 것이라는 사유로 갱신거절을 한 것은 '임대인은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 한다'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을 위반한 행위로 보기에 충분한 점 등을 종합해, 정당한 사유 없는 갱신거절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2022년 12월14일 선고 2022가단5113218 판결)
이 판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실거주한다며 임차인을 내보낸 후 제3자에 '임대'한 경우만 배상사유로 규정한 의미를 '매도'한 경우에까지 확대해 불법행위를 인정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렇다면 이미 주택에 대해 매매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실거주할 마음이 없이 갱신거절하고 임차인을 내보낸 후 '며칠이라도 실거주한 후' 이전등기를 했다면 어떨까. 이 경우 실거주요건은 충족되지만 미리 매매계약을 한 것 때문에 당초부터 실거주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되므로 역시 불법행위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임대인이 실거주하려는 마음으로 실거주하겠다며 임차인을 내보낸 후 단 며칠이라도 실거주한 후 갑작스레 매매할 사유가 생겨 매도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갱신거절이어서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법무법인 효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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