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권 변호사의 부동산 읽기] 실거주한다며 임차인 내보내고 집 매매하면 배상책임지나

  • 김재권 법무법인 효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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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9  |  수정 2023-03-29 08:08  |  발행일 2023-03-29 제15면

[김재권 변호사의 부동산 읽기] 실거주한다며 임차인 내보내고 집 매매하면 배상책임지나
김재권 법무법인 효현 대표

주택임대인이 임대차기간 만료 전에 이미 집을 타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실거주의사가 없으면서 마치 실거주할 것처럼 거짓말해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을 거절하고 임차인을 내보낸 후에 실거주하지 않고 곧바로 집을 이전해버렸다면 이 경우에도 손해배상책임을 질까.

그동안 대법원은 주택임차인의 갱신요구기간(임대차 계약 종료 6개월 전 ~종료 2개월 전) 내에는 임대인이 실거주 이유로 갱신거절할 수 있으므로 그 갱신요구기간 내 주택을 매수하고 이전등기해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양수인도 실거주 이유로 갱신거절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갱신요구기간 내에도 집을 팔 수 있고 매수인이 갱신거절을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2022년 12월1일 선고2021다266631 판결)

그런데 이 사례처럼 주택임대인이 집을 타인에게 매매하는 계약까지 했으면서 이를 속이고 갱신요구기간 내에 자신이 실거주하겠다며 임차인을 내보낸 후 실제 실거주하지는 않고 곧바로 이전등기를 해준 경우에는 어떨까. 이렇게 임차인을 속이지 않고 실제 실거주하려고 내보냈다가 짧은 기간 실거주한 후 매매한 경우는 어떨까.

서울중앙지법은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갱신거절 당시 실제 거주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거주할 것이라는 사유로 갱신거절을 한 것은 '임대인은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 한다'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을 위반한 행위로 보기에 충분한 점 등을 종합해, 정당한 사유 없는 갱신거절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2022년 12월14일 선고 2022가단5113218 판결)

이 판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실거주한다며 임차인을 내보낸 후 제3자에 '임대'한 경우만 배상사유로 규정한 의미를 '매도'한 경우에까지 확대해 불법행위를 인정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렇다면 이미 주택에 대해 매매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실거주할 마음이 없이 갱신거절하고 임차인을 내보낸 후 '며칠이라도 실거주한 후' 이전등기를 했다면 어떨까. 이 경우 실거주요건은 충족되지만 미리 매매계약을 한 것 때문에 당초부터 실거주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되므로 역시 불법행위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임대인이 실거주하려는 마음으로 실거주하겠다며 임차인을 내보낸 후 단 며칠이라도 실거주한 후 갑작스레 매매할 사유가 생겨 매도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갱신거절이어서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법무법인 효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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