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이사 단 1명' KT, 주주 항의 속 주총 진행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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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31 18:39  |  수정 2023-03-31 18:39  |  발행일 2023-03-31
정식이사 단 1명 KT, 주주 항의 속 주총 진행
KT 사외이사 후보 3인이 주주총회 전 사퇴의사를 밝힌 가운데 31일 오전 KT 주주들이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1기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상 이사회가 와해한 KT가 주주들의 거센 항의 속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KT는 31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주총을 진행했다. 당초 KT는 대표이사 선임을 비롯해 8개 의안을 다루기로 했으나, 대표이사뿐 아니라 사외이사들까지 모조리 사퇴하면서 알맹이 없는 주총에 그쳤다.

이날 오전 사외이사 재선임에 나섰던 강충구 고려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교수, 표현명 전 롯데렌탈 대표 등 3인은 동반 사퇴했다. 이에 따라 이들의 재선임 의안은 자동 폐기됐다.

사외후보 3인이 주총을 코앞에 두고 사퇴를 결정한 배경엔 KT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 10.12%)이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탓으로 업계는 파악했다. 국민연금은 하루 전 표 사외이사의 재신임을 반대하는 입장을, 나머지 두 사외이사에 대해선 중립 의견을 표명했다. 표 사외이사를 향한 반대 이유로는 "중요 거래 관계 회사에 최근 5년 이내 재직한 임직원"이라는 이유를 댔다.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8명으로 꾸려지던 KT 이사회가 와해하기 시작한 건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의 자진사퇴부터다. KT는 야권 정치인 출신 이강철 이사 사퇴 후 빈자리를 '윤석열 캠프' 출신 임 고문으로 채우려 했는데 그가 내정 이틀 만에 사의를 표했다.

이어 벤자민 홍 사외이사가 사퇴했고, 주총을 사흘 앞두고 야권 인사로 분류되는 유희열·김대유 이사가 사임했다. 이들의 결원을 채울 새 사외이사 후보 선임 안건은 이번 주총에는 상정되지 못했다.

사내이사도 초토화 상태다. 윤경림 대표이사 선임 안건은 윤 후보의 사퇴로 자동 폐기됐다. 윤 전 후보가 사퇴하는 바람에 그가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인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경영안정화TF장도 자격을 잃었고, 해당 의안도 폐기됐다.

이로써 KT 이사회엔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출신 김용헌 사외이사만 정식 이사로 남았다. 주총 당일 사임한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이사는 당분간 대행 자격으로 이사회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 상법은 사외이사 정족수가 3인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세우고 있다.

임시 이사진은 박종욱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뉴거버넌스 구축 TF'를 통해 신규 이사진 구성에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이사·사외이사 후보 추천 및 선임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는 데엔 약 5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 직무대행 진행 아래 이어진 주총은 제41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 등 4개 안건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KT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5조6천억원, 영업이익 1조6천억원을 기록했다. 배당금은 주당 1천960원이며, 내달 27일 지급한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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