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레이더] K-채권의 위상

  •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채권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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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04  |  수정 2023-04-04 07:22  |  발행일 2023-04-04 제12면

김명실
김명실〈하이투자증권 채권애널리스트>

한국의 글로벌 3대 채권지수 편입이 불발됐다. 지난 3월 말 세계국채지수(WGBI)를 관리하는 런던증권거래소 그룹 자회사 FTSE러셀이 한국 편입 여부를 공지했다. 이번에도 한국 국고채시장의 글로벌지수 편입은 아쉽게 무산됐다. 다행스러운 점은 그동안 시장 접근성 측면에서 레벨1로 평가받던 한국 채권시장 위상이 레벨2로 상향 조정되며 향후 편입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참고로 지난해 9월 한국 채권시장은 시장 접근성 레벨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을 근거로 WGBI 관찰대상국으로 지위가 격상된 바 있다.

주요 선진국 국채를 포함하는 WGBI는 주요 연기금 등이 벤치마크지수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채권지수 중 하나다. WGBI 구성 종목에는 23개 국가의 국채가 포함돼 있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민간자금 규모는 2조5천억~3조달러에 달한다. 특히 WGBI는 미국·일본·영국 등 주요 선진국 국채를 포함하고 있어 일반적으로 선진국 채권지수로 인식되고 있다. 주요 연기금 등 초우량 글로벌 투자자의 추종 비중이 높은 가장 대표적인 글로벌 채권지수다.

WGBI 편입기준으론 시장 규모 및 유동성 측면에서의 정량적 조건과 거래 편의성·진입장벽 등 시장 접근성 측면에서의 정성적 조건이 있다. 한국은 시장규모나 신용등급 면의 정량적 조건은 이미 충족한 상태다. 올해 2월 기준 국채 발행잔액은 약 1천42조원으로 WGBI의 시장규모 기준(500억달러)을 크게 상회했다. 한국 신용등급은 AA(S&P), Aa2(Moody's)로 이미 WGBI 편입 최소기준인 A-(S&P), A3(Moody's)를 모두 충족하고 있다.

다만 정성적 측면에서 한국은 몇 가지 저평가 항목을 보유해 왔다. 비거주자 조세 체계, 외환시장 개방성, 글로벌 예탁기관 이용 편의성으로 파악되며 몇 가지 주요 항목은 개선된 상태다. FTSE는 외국인 국채투자자에 대한 비과세 적용을 시장 접근성 상향조정을 위한 주요 조건으로 제시해 왔다. 이로 인해 한국 정부는 관찰대상국 등재 발표(지난해 9월) 직전인 2022년 7월 외국인 국채·통안채 투자에 대한 이자·양도소득 비과세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관찰대상국 확정 이후인 지난해 10~12월엔 외국인 비과세 한시 적용 시행령을 발표했다. 이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올해 1월부터 무기한으로 외국인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또한 지난 2월 기재부와 한국은행은 '글로벌 시장 접근성 제고를 위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이 시행될 경우 비거주자의 국내 증권투자 시 외환거래 상대방 제한, 외환시장의 24시간 연계 불가, 비거주자의 은행 간 외환시장 참여 제한이라는 기존 저평가 항목의 개선이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예탁기관 이용 편의성 역시 정부는 연내 국제예탁결제기구와 연계해 국채통합계좌 운영을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관련 기관의 고위 관계자 미팅도 진행 중이다.

편입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비거주자 조세체계, 외환시장 개방성, 글로벌 예탁기관 이용 편의성 모두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문제는 실제 시행 시기다. 조세를 제외하고 나머지 두 가지 조건의 시행은 하반기 또는 연내로 정확한 일정은 미정이다.

WGBI 편입에 따른 경제적 편익은 분명 클 것이다. 안정적 글로벌 수요를 바탕으로 K-채권(원화채권) 디스카운트 해소 및 국내 금융시장 안정성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 WGBI 편입 여부 결정 시기는 오는 9월이다. 아직 결제 프로세스 개선과 글로벌 예탁기관 이용 편의성을 위한 유로클리어 도입 등 2차 과제가 남아 있다. 남은 기간에 정부의 이행 상황을 지켜보며 K-채권의 위상 강화를 기대해 본다.김명실〈하이투자증권 채권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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