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제 프랜차이즈 필라테스 갑작스런 휴업 통보…의도적 먹튀 의심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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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05  |  수정 2023-04-05 13:20  |  발행일 2023-04-05 제9면
대구 달서구 한 업소서 회원 300여명 이용 못해 억대 피해 추산

"전국 20여개 지점 둔 대형 필라테스라 믿었는데..."

울산·부산 등 12개 지점 강사들 '임금체불'도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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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5일 대구 달서구의 한 대형 필라테스 업체가 환불 불가를 통보하며 문을 닫자, 회원들이 공동대응을 위해 단체 채팅방 공지문을 붙였다. 독자 제공

대형 프랜차이즈 필라테스 지점이 갑작스레 회원권 '환불 불가' 통보와 함께 휴업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회원제 민간체육시설에서 수강료를 미리 받고 잠적하는 이른바 '먹튀' 행각이 의심돼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대구 달서구 한 대형 프랜차이즈 필라테스점은 "경영악화로 매각을 추진한다"며 회원들에게 '환불 불가 문자'를 지난달 21일 보냈다. 이 업체는 처음엔 '2주 휴업'만 공지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말이 달라졌다. 일부 회원이 강하게 반발하자, 대표는 "운영비가 없다. 시간을 주면 다른 지점을 매각해서라도 강사 월급을 주고 운영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밀린 강사료로 인해 수업 진행이 불가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회원들에게 돌아갔다.

회원이 선결제한 수강료는 수십만원에서 최대 300만원에 달한다. 해당 지점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회원만 300여명으로 전체 피해 금액은 1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피해 회원들은 업주의 의도적인 '먹튀'라고 의심하고 있다. 업체는 지난해 연말 대규모 할인행사로 150~200회 회원권을 3개월 할부로 결제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문을 닫은 지난달 말이 할부가 끝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의도적인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해당 필라테스 프랜차이즈는 전국에 20여 개의 지점을 직영 및 가맹 법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번 피해는 대구를 비롯해 부산·울산 등 12개 직영점 및 가맹 법인 관리지점에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2개 지점 직원 80여명이 급여를 제때 받지 못하면서 체불 임금 규모는 2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달서지점의 경우 할인행사 때 이미 건물 임대료와 관리비가 수개월째 밀린 상태였으며, 일자리를 잃고 월급이 밀린 직원들도 십여 명에 달한다.

회원들은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근 경찰에 형사고소를 하는 한편 앞으로 민사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직원 10여 명도 노동청에 임금체불 신고를 준비 중이다. 피해 회원 A씨는 "금액이 적은 피해자들은 소송 비용이 더 크고 복잡한 과정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업체가 분명 이런 부분도 이용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 접수 후 피해자 조사가 진행 중이다. 부산·울산 쪽에서도 더 많은 접수가 있어 조사 후 부산·울산 지역으로 사건이 이첩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영남일보는 해당 업주에 수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해당 업체 본사는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고 "최근 대내외적 경영 환경 악화를 감당하기 힘들어 직영점 및 가맹 법인 관리지점은 임시 휴점을 진행하게 됐다"며 "회원들이 정상적으로 운동을 재개할 수 있게 매각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환불에 관한 사항은 당장 정상 처리가 어렵다"고 전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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