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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상 경인방송 대표 |
"인천에 연고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경기도는 잠깐 산 적이 있지만, 인천은 공항 갈 때 외에는 별로 가 본 적이 없습니다."
인천에 본사를 둔 경인방송의 대표직을 제안받으면서 대주주와 나눈 대화이다. 하지만 막상 취임하자 방송사 직원들도, 인천의 유지(有志)들도, 인천의 언론까지 우호적이다. 쑥스럽게도 "좋은 분을 영입해 기대가 크다"는 덕담까지 들었다.
인천의 첫인상은 '개방적'이라는 것이다. 이곳에서 근무했던 한 TK 출신 인사는 인천에 대해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 곳"이라고 평했다. 지역, 출신 불문하고 누구든 와서 인천에 기여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인천에서 돈을 벌어가도 좋다고 했다. 인천시장, 교육감, 시민단체 등 만나는 사람 모두 인천의 장점으로 개방성, 진취성, 포용성을 꼽았다.
우리나라 인구가 3년 연속 감소세지만, 인천은 작년 한 해 2만명 가까이 인구가 늘었다.
2012년부터 10년 동안 인천은 10만4천여 명 증가했다. 반면 부산은 같은 기간 18만8천여 명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천은 2027년 인구 300만명을 돌파하고 2034년에는 305만명으로 부산(303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대한민국 2대 도시가 바뀌는 것이다.
대구는 어떤가. 같은 기간 대구 인구는 12만여 명 감소했다. 작년 한 해만 2만1천여 명이 줄었다. 2021년의 순유출(2만4천여 명) 규모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심각하다. 경북도 형편은 비슷하다.
뉴스 헤드라인은 충격적이다. '대구, 10년 동안 출생아 수 절반으로 급감' '2045년 소멸 고위험단계 진입' '인구 쇼크, 초등학생이 사라진다. 2027년 10만명 붕괴' '대구 노령인구 부담 100명당 25.2명, 15년 후 57.5명으로 급증' ….
통계청은 2020년 대비 2050년에 대구 인구가 61만명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인구 200만선이 무너지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부임한 유철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TK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결사적인 개방성, 투철한 개방 정신과 열린 마음으로 제2의 나당동맹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마치 절규하듯 '개방'을 세 차례나 강조했다.
그러나 '대구는 개방적인가'에 대한 질문에 지금 대구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 일례로 대구 북구 대현동의 이슬람사원 건립 갈등은 '한국 사회 개방성의 한계를 드러낸(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사건이다. 주민들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돼지머리 바비큐 잔치 같은 혐오스러운 방법은 곤란하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주한 영국대사가 현장을 찾아오게 해서야 되겠는가.
대구의 배타성은 정치적으로도 유명하다. 같은 TK인들 사이에서도 서울TK, 대구TK로 나눈다. 반면 인천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선선히 품에 안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는 한때 한반도의 3대 도시(서울·평양·대구)였으나, 이젠 인천에 밀려 4대 도시로 전락했다"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금년을 대구 굴기(굴起)의 원년으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현재 성사되고 있는 TK통합 신공항은 분명 홍 시장의 큰 업적으로 대구시민들은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신공항이란 '하드웨어' 안에 필요한 것은 '개방성'이란 '소프트파워'다. 그래야 인재와 자본이 대구로 몰려들게 된다. TK인들이 모두 마음을 활짝 열지 않으면 '대구 굴기'의 원대한 꿈도 결실을 보기 어려울지 모른다.
강효상 경인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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