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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애 문화부기자 |
"대구의 공공 공연장 무대에 수없이 섰지만, 이런 적은 없었습니다. 이건 대구콘서트하우스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공연 아닙니까."
지난달 말 대구콘서트하우스의 '노 개런티 공연(무보수 공연)' 논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공연에 참여한 예술인 A씨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논란이 된 공연은 대구콘서트하우스의 기획 공연 '위클리 스테이지'이다. 위클리 스테이지는 지역 예술인이 참여하는 대구콘서트하우스의 자체 기획 공연이다. 유료 공연이지만,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의아했다. 최근 몇 년간 예술인에게 출연료를 주지 않아 논란이 된 사례는 공공이나 민간에서 기획한 축제나 행사에서 일어난 게 대부분이었다.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버스킹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출연료를 주지 않으면서 예술인들을 자신들의 축제 콘텐츠 중 일부로 활용하는 식이었다. 이 또한 많이 근절돼 일부 축제나 행사에서만 이런 일이 종종 벌어졌다.
이 때문에 지역 문화계에선 이번 사안을 놓고 '대구콘서트하우스가 수십 년 전으로 퇴보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지역 구·군 공공 공연장에서도 하지 않는 방식의 기획 공연을 대구 대표 클래식 공연장에서 기획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에 대해 대구콘서트하우스 관계자는 좋은 취지로 이런 것인데 논란이 됐다며 당혹스러워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출연료를 지급하기에는 예산 여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해외 오케스트라 공연이 지난해 이미 확정되고 이 공연들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크다 보니 운신의 폭이 제한됐다는 것이다. 무보수 공연으로 논란이 된 '위클리 스테이지'는 10번 넘게 진행되는 시리즈 공연으로, 출연자 수도 적지 않았다. 운용의 묘를 살려 출연료 확보가 가능한 선에서 공연을 열거나, 예산이 확보될 때 공연을 진행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았을까.
A씨는 기자에게 공공 공연장의 첫 번째 목표는 시민들에게 좋은 공연을 제공하는 것, 지역 예술가들을 보호하고 키워주는 게 두 번째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창근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은 취임 후 인터뷰에서 "대구콘서트하우스를 대구 시민과 대구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성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논란으로 이 같은 포부가 무색해졌다.
올해는 대구콘서트하우스 재개관 10주년이다. 논란이 된 공연 또한 재개관 1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기획 공연 중 하나다. 이번 논란이 대구콘서트하우스가 공공 공연장으로서 예술가들을 위해 할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최미애 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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