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발 가로수' 수난사 끝나나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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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2  |  수정 2023-04-11 20:17  |  발행일 2023-04-12 제2면
환경부 지난달 '도시 내 녹지관리 개선방안' 발표

미국·홍콩서도 25% 이상 '전정 금지' 표준 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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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대구 서구의 한 도로변의 가지치기가 끝난 양버즘나무. 전선 아래로 큰 가지만 남아 간신히 잎을 틔워내고 있다. 이동현 기자

지나친 가지치기로 기둥과 굵은 가지 몇 개만 앙상하게 남기는 이른바 '닭발 가로수'가 도심의 흉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도시 미관뿐 아니라 대기오염 정화와 나무 생장에도 좋지 않아 정부가 개선책을 마련했다.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은 최근 '도시 내 녹지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해 가로수 관리 부처·기관에 협조를 요청했다. 그간 도심 내 녹지관리는 지나친 가지치기 등을 막기 어렵고 국토교통부, 산림청,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나눠 담당한 탓에 정책 연계성이 부족했는데, 환경부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한 것이다.

가지치기와 관련해서는 도시의 나무 그늘이 유지되도록 나뭇잎이 달린 수목 부분의 25% 이상이 잘려 나가지 않도록 권고했다. 과도한 가지치기는 대기오염 정화 등 녹지의 생태·환경 기능을 훼손시킨다는 것. 또 수목 생장과 잎마름병에도 취약하고 미관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더불어 25% 이상을 지키고 있는 미국이나 홍콩 등의 해외사례도 반영했다.

환경부는 개인 취향·재산상 피해·개발 방해 등 사적인 이유로 과도한 가지치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대책 방안 강구와 전문가 합동 현장 조사 등도 권고했다.

지자체의 가지치기가 끝나면 거리에서 나뭇잎과 가지를 모두 잃어 앙상하게 기둥만 남은 닭발 가로수를 볼 수 있는데, 앞으로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나뭇잎이 달린 수목 부분을 75%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지역 8개 구·군은 지난해 말부터 동절기 전정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달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11일 작업이 끝난 거리에서 만나본 일부 시민들은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며 너무 과도한 가지치기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정훈(19·대구 달서구)씨는 "양버즘나무의 경우 곁가지들을 다 잘라버리고 기둥만 남겨놓은 나무들을 많이 봤다. 잎이 나야 할 시점에 너무 과도한 가지치기로 나무가 죽지 않을까 걱정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 시내 가로수 종은 양버즘나무, 느티나무 등 수형이 큰 나무들이 많은데, 웃자란 나무들이 도시미관을 해치거나 도로·교통 표지판을 가리고 건물에 접촉해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또 관리되지 못한 나무들은 태풍·강풍 등에 부러져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으며, 가을철 각종 나무 열매로 인한 악취 등 민원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각 기초지자체는 겨울~봄철 가지치기를 통해 위 문제점들을 해소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환경부 권고사항을 따라 과도한 가지치기를 지양할 것"이라며 "가로수 전정 사업은 대부분 있는 모양 그대로 나무 높이를 낮추는 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달구벌대로 등 여러 구가 겹쳐 동일하게 전정이 필요한 경우 지역과 나무 특성을 고려한 특화 전정을 통해 일정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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