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검사장비 국산화 실현' 구미 에스엘테크 서임교 대표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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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8 13:58  |  수정 2023-04-18 14:53  |  발행일 2023-04-19 제14면
엔지니어출신 CEO의 무기는 '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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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임교 에스엘테크 대표이사가 지난 13일 구미 본사 집무실에서 LCD 검사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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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임교 에스엘테크 대표이사가 구미 본사에서 다관절 스크류 자동체결 로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원과 영토가 풍부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희망은 인재와 기술입니다. 다른 나라의 고도화된 기술 견제에 흔들리지 않도록 장비 국산화에 앞장 서 대한민국 산업과 후대에 공헌하는 게 저의 꿈이자 철학입니다."


지난 13일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 2단지에 위치한 에스엘테크 본사에서 만난 서임교(61) 대표이사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LCD 검사장비에 대해 생소한 기자에게 직접 PT(프리젠테이션)를 할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구미 출신으로 구미전자공고·금오공대·금오공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엔지니어 출신 CEO다. 그가 2007년 설립한 에스엘테크는 '우리 기술의 힘'으로 LCD 검사장비 국산화를 실현한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LCD패널의 화소 하나하나를 검사해 불량을 찾아내고 회로가 끊긴 화소를 레이저로 이어 다시 살려내는 장비가 바로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이다. LCD·카메라·핸드폰 모듈의 불량을 찾아내 유형까지 자동으로 분석하는 검사 시스템도 특화했다.

이 같은 기술력을 토대로 자동화 설비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TV·자동차·세탁기 등의 생산 공정에서 조립을 담당하는 로봇이 대표적이다. 단순 동작에는 직교 로봇을, 복잡한 조립에는 다관절 로봇으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 최근엔 태양광 패널을 청소하며 상태를 점검하는 솔라셀 청소 로봇과 이동·거점식 드론 정거장 개발에도 성공했다.

에스엘테크를 창업한 것은 장비 국산화를 통해 국내 LCD 산업의 신뢰를 한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1995년부터 14년간 미국에 본사를 둔 LCD 검사장비 전문 기업의 국내 지사에 근무하며 관련 기술을 터득했다. 당시 검사 장비는 미국과 일본밖에 없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국내 기업이 생산한 샘플 LCD 패널을 들고 검사장비가 있는 미국으로 날아가는 게 그의 주요 업무 중 하나였다.

그는 "LCD 검사장비 국산화의 꿈을 품고 창업했다"며 "장비 국산화를 실현하면 번거로움이 없어질 뿐 아니라 긴밀하게 기술협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창업 후 1~2년은 장비개발 여건이 충족되지 않아 장비 보수나 장비 업그레이드 정도에 만족했다. 하지만 2009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면서 분위기가 전환됐다. 기술개발에 집중하면서 2011년 상부 조사 백라이트 장치 특허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국내 특허 7개, 해외 특허 1개를 취득하며 자체 시스템 개발에 전념했다. 장비 국산화는 그렇게 실현됐다. 그 결과 2018년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에 선정됐고, 2019년엔 국무총리상도 거머쥐었다. 2020년에는 경북스타기업·글로벌 선도기업 선정과 '100만불 수출의 탑'을 달성하기도 했다.

위기의 순간도 많았다. 2006년 냉장고 생산 과정에 필요한 보호필름 커팅 장비를 수주해 개발했을 때였다. 장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상품 자체에 흠집이 나는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했다. 장비를 하지 못하면 막대한 손실이 생길 수 있었다. 기업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결국 현장에 출동해 인근 모텔에서 3개월 정도 묵으며 오롯이 오류를 잡는 데만 매진했다. 문제점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설계를 변경한 뒤 재설치하기까진 6개월이나 소요됐다. 지금은 생산 현장에서 잘 적용되고 있다.

그는 "엔지니어의 무기는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제품을 만들어 내는 근성에 있다고 본다. 어떤 위기가 닥쳐도 기술력과 성실함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도 묵묵히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2015년부터 순천향대 구미병원 햇살아이지원센터 이사로 활동하며 방임·학대 받는 아이들을 돕고 있다. 김천구미지역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을 통해서도 도움을 주고 있다.

서임교 대표는 "많은 이웃과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 결국 구미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작지만 큰 밑거름이 될 거라 확신한다"고 했다.

글·사진=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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