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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거지방'을 검색한 결과, 다양한 종류의 거지방이 등장했다. 카카오톡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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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지방 참여자가 약과 쿠키 먹고싶다고 하자 살쪄요 먹지마세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카카오톡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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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관련해서 거지방에서는 여행은 사치다 취소해라 로드뷰 여행해라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톡 캡쳐 |
#직장인 김영선(여·30)씨는 최근 돈을 지출할 때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보고한다. 함께 모여있는 사람들은 김씨가 쓴 내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김씨가 저녁으로 '마라탕'을 먹고 싶다고 하자, 다른 사람들이 "멈춰라", "돈이 남아도나요?" "집에서 라면 끓여 드세요" 등의 반응을 보인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 '거지방'의 이야기다. 김씨는 "인스타 등 SNS를 통해 거지방이 유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여하게 됐다"면서 "사람들의 반응이 재미있다. 또 잔소리를 들으면서 지출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거지방'이 놀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거지방은 익명으로 서로의 소비 생활 공유하고 절약할 수 있도록 구성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이다. 치솟는 물가에 소비를 줄이자는 취지로 만들어지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검색창에 '거지방'을 입력하면 다양한 채팅방들이 검색된다.
거지방의 규칙은 방마다 가지각색이다. 일반적으로 닉네임 옆에 한 달에 쓴 지출 내역이나 목표 지출을 명시하도록 한다. 지출하기 전이나 지출을 한 내역을 채팅방에 공유한다. 해당 내용을 참가자들이 평가한다. 소비를 조장하는 음식 사진, 유료 이모티콘, 재산 자랑 등을 올릴 시에는 강제 퇴장된다.
실제 한 참여자가 "음원사이트 구독료를 지출했다"고 보고하자, 다른 참여자들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독은 정기구독이다. 당장 해지해라" "사치다" "길 가다 음악 들리면 멈춰서 들어라" 등의 반응을 쏟아 냈다.
거지방은 몇 년 전 '욜로' '파이어족' 등과는 다른 소비 습관으로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사소한 소비조차도 줄여야만 하는 젊은 세대들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거지방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다. 직장인 이모(29)씨는 "새로운 놀이문화라고 생각한다. 신박한 답을 많이 받을 수 있어 재미있다"면서 "경기가 계속 좋지 않다면 거지방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거지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서후(20)씨는 "한 사람이 교통비로 2천 원을 썼다고 하자, 참가한 사람들이 돈을 아껴야 한다며 걸어다녀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면서 "대중교통 이용까지 줄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어려운 경제 현실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정지윤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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