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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생 로랑과 최초 여성 바지 정장. 〈museeyslpar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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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00년 전의 바지. 〈phys.org〉 |
사각형의 원단을 몸에 둘러 만든 치마의 형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아시아 복식에서 보다 오랜 역사를 지닌다. 이는 고대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글래디에이터, 트로이, 알렉산더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왕족과 귀족은 튜닉(Tunic)이라는 사각 원단을 두른 원피스 형태의 의복을 착용하였고, 고대 유럽과 아시아의 군복이나 승마를 위한 복식에서 시작된 바지는 다소 야만적이고 거친 문화와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로마 통치하의 켈트족과 추운 북유럽 지역에서는 바지를 착용하였고 중세 유럽에서는 바지가 유행하게 되었다. 말을 타기 위한 실용적 목적에서 시작한 바지였지만 15~16세기 르네상스 시대 바지는 남성의 기본 하의가 되었고, 이 문예부흥 시기에 왕족과 귀족들의 우월함으로 바지의 형태는 무릎 기장으로 마치 호박처럼 부피가 커져 허벅지 위로 부푼 형태의 벨벳 등 고급 원단을 사용하고 화려한 장식을 하게 되었다.
이후 단순해진 바지로 변화하였는데, 17세기 바로크 시대와 18세기 로코코 시대의 남성 의상에서 상의는 화려한 원단과 자수, 레이스, 보석 등으로 이전의 장식성을 유지했지만 바지는 무릎길이의 한층 날씬해지고 단순해진 형태가 되었다. 오늘날 대중화된 바지의 형태는 19세기에 들어서였다. 현재 바지에서 허리의 주름(tuck)은 여유로운 실루엣의 바지를 만들어주어 정장, 캐주얼 관련 없이 편안함과 멋으로 폭넓게 사용되지만 이는 20세기 들어와 대중적으로 수용되었다.
치마에서 시작된 '하의 복식 역사'
바지, 승마·전투·전쟁 활동 목적
산업화…여성, 생계 위한 바지 착용
20C 팬츠, 자유 중시·세련된 패션
치마 입는 남성…性 중립성·다양화
긴 복식 역사에서 하의는 치마에서 시작되었으나 승마와 전투, 전쟁 등 활동적 실용성의 목적이 시대적 가치관과 결합하여 수백 년 동안 남성은 바지, 여성은 치마로 구분되었다. 이후 또 다르게 변화된 시대적 상황과 가치관으로 바지는 여성의 패션에 진입하게 되었다. 19세기 말 여가 운동 등 제한된 범위의 활동으로 착용되었고, 20세기 1차,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여성들이 산업 노동에 투입되면서 바지는 생계를 위한 여성에게 필수품이 되었다.
20세기 들어와 여성에게 바지는 시대를 앞서간 디자이너, 영화배우 등을 통해 폭넓어진 활동의 자유와 세련된 디자인의 패션으로 다가왔다. 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여성을 위한 승마바지를 제시하였고 동시대 디자이너 폴 포와레(Paul Poiret)는 1911년 중동 스타일에서 영감받은 하렘 팬츠(Harem pants)를 선보였다. 이후 매니시 룩 바지를 즐겨 입은 유명 영화배우 캐더린 헵번과 세련되고 날렵한 바지를 입은 오드리 헵번의 멋진 모습은 여성들이 바지를 입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또한 20세기 중반 당시 전통적으로 여성의 정장은 치마와 재킷의 구성이었으나 1967년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은 전통적으로 남성적인 정장을 여성을 위한 최초의 바지 정장으로 선보였다. 스트라이프 원단으로 만들어진 각진 어깨의 재킷과 베스트, 통 넓은 바지는 당시 파리 패션계에서 이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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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를 입은 브래드 피트. 〈nypo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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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
현대 패션에서 여성의 바지 착용과 남성의 치마 착용은 번갈아가며 동시대의 전형적인 가치관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이들은 성 중립성, 자유, 개성, 주목성 등을 표현하고 이끌려는 의도성도 있을 것이다. 최근 론칭한 패션브랜드에서는 남녀 공용의 패션품목이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이제 몇 십년 후 남성 패션 매장에서 치마라는 품목이 추가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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