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린이 인권선언' 100년

  • 신효철 (더불어민주당 대구 동구갑 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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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4 07:53  |  수정 2023-05-04 08:00  |  발행일 2023-05-04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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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철 (더불어민주당 대구 동구갑 지역위원장)

내일(5일)은 제101주년 '어린이날'이다. 100주년이 아니라 101주년인 것은 1922년 5월1일 천도교소년회 1주년 기념행사가 '최초의 어린이날' 행사이기 때문이다. 1923년을 제1회 어린이날로 명명할 때 '1회'는 '첫 회'가 아니라 '1주년'의 의미였다. 따라서 지난해 5월1일 전국의 수많은 어린이 문화·운동단체에서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과 문화행사를 전개했고, 올해는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101주년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 5월1일은 '어린이인권선언 100주년'이기도 하다. 방정환 등 어린이운동 지도자들은 1923년 5월1일 어린이날에 '어린이 인권선언'을 수만 매 전단으로 인쇄해 전국 각지에 배포하고 시가행진을 하면서 '어린이 해방'을 외쳤다. 어린이날 제정 및 어린이운동의 선구자 방정환은 앞서 3·1운동에 참여했다가 1920년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그는 해마다 방학 때면 '천도교청년회동경지회 순회강연단'을 조직해 귀국했다. 부산에서부터 경상도~전라도~충청도~경기도를 경유해 경성까지 순회강연을 하고 다시 황해도~평안도~함경도로 북상하면서 한 달여에 걸쳐 순회강연을 이어갔다. 1921년 7월 동경지회 순회강연단은 서성동 대구청년회관에서도 강연을 했다. 또 1925년 3월에는 '어린이' 창간 2주년을 맞아 전국 순회 동화구연대회를 하던 중 3월22일 대구를 방문해 동화구연회를 진행했다.

100년 전 '어린이 인권선언'은 세계 최초로 어린이를 윤리적 압박에서 해방할 것, 어린이를 경제적 압박에서 해방할 것, 어린이에게 공부하고 놀기에 충분한 여러 시설을 제공할 것 등을 요구했다. 어른에게는 어린이를 존중하고 경어를 쓰는 등 어린이를 한 사람의 완전한 인격체로 대우할 것을 요청했다. 어린이에게는 '돋는 해와 지는 해를 반드시 보기로 하자'는 조항을 시작으로 어른을 공경할 뿐만 아니라 어린이끼리도 존중하자고 제안하며, 꽃이나 풀과 동물도 사랑하자는 등 오늘날 생태주의 관점에서 봐도 유감이 없는 훌륭한 선언문이다.

어린이 인권선언 100주년을 맞으면서 이 선언의 정신을 재조명하고 실천·실행하자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대구에서도 시민단체와 천도교 소년운동단체가 앞장서 동참키로 했다. 이 운동의 현재적 구호는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이다. 그 세상은 반드시 어른도 행복한 세상일 것이다. 어른이 행복하지 않으면 어린이도 행복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어린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교육환경도 획기적으로 변해야 하고, 기후위기나 쓰레기 범람과 같은 환경문제도 해결돼야 하며, 사람·동물·식물이 모두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이 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은 우리 모두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방면에서 추구해 나가야 할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주변에는 여전히 소외된 어린이, 차별받는 어린이, 장애 어린이, 다문화가정 어린이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과 배려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이도 많다. 그들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과 지원도 빠짐없이 챙겨야 한다.

100년 전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운동을 전개하면서 내건 구호는 "10년 후 조선을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그 10년이 벌써 10번이나 지난 세월이 됐지만 그 구호는 여전히 유효하다. 10년 후의 대한민국을 생각하면서 어른이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말고 치어다(올려다)보는' 날이 바로 어린이날이다.

신효철 (더불어민주당 대구 동구갑 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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